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하 내고향)을 아시아 정상으로 이끈 리유일 감독이 국내 취재진의 '북측' 호칭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우승 기자회견을 돌연 끝내버렸다.
지난 23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전에서 내고향은 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북한 축구 선수가 한국 땅을 밟은 것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으로, 내고향은 이번 우승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클럽 챔피언스컵 아시아 대표 출전권까지 획득했다.
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의 경기에서 내고향 리유일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우승한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리유일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의 ‘북측’ 표현에 공식 국호 사용을 요구하며 항의한 뒤 자리를 떠났다. 2026.5.23 / 뉴스1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리유일 감독은 "창단한 지 14년밖에 안 된 구단이 아시아 정상에 오르게 된 것은 전적으로 경외하는 김정은 총비서 동지의 보살핌과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서도 "오직 오늘의 승리와 우리 발전만을 위해 분과 초를 아껴가며 노력했다. 기타 이런저런 일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고 답하는 등 회견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말미에 문제가 발생했다. 한 한국 기자가 "'북측' 여자축구가 과거부터 수준이 높다"라며 질문을 시작하자 회견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리 감독은 통역관을 향해 '북측'이라는 표현에 대해 곧바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북한 대표팀 통역관은 "질문을 다시 해달라", "국호를 바르게 해달라"고 반발했다. 질문을 던진 기자가 "어떻게 표현하길 원하냐"고 묻자, 자리에 함께했던 김경영 선수가 직접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결국 북한 통역관이 "더 이상 저 사람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리 감독과 선수단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도 철저히 침묵을 지킨 채 경기장을 떠났다.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도쿄 베르디의 경기에서 우승을 거둔 내고향 선수들과 리유일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2026.5.23 / 뉴스1
리유일 감독이 공식 석상에서 국호 문제를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리 감독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한국 기자의 '북한'이라는 표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국호를 정확히 부르지 않으면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쏘아붙인 바 있다.
이번 대회 결승전 전날(22일)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도 기자의 '한일전'이라는 표현에 "한일전이 뭐냐"며 되묻거나, '거친 축구'라는 단어에 "거칠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고 발끈하는 등 날 선 태도를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