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상수지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한 달 만에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 흑자는 373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월 기록한 사상 최대치인 231억9000만달러를 불과 한 달 만에 추월한 수치다. 이로써 한국은 3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벌이며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흑자 기간을 달성했다.
8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 뉴스1
이번 흑자 폭 확대는 반도체를 필두로 한 상품 수출이 급격히 늘어난 덕분이다. 한국은행은 "IT 품목이 반도체와 컴퓨터 주변기기를 중심으로 호조를 이어간 가운데, 비IT 품목도 조업 일수 확대와 석유 제품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늘면서 높은 증가세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149.8% 폭증했고, 컴퓨터 주변기기(SSD) 수출 역시 167.5% 늘어났다. 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56.9% 증가한 943억2000만달러로 이 역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역별 수출 지표를 보면 동남아(+68.0%), 중국(+64.9%), 미국(+47.3%) 등 주요 시장 전역에서 증가 폭이 커졌다.
수입은 자본재와 화공품 등 원자재를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4% 늘어난 592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세가 수입을 압도하면서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350억7000만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를 냈지만 여행수지는 희소식을 전했다. 봄철 국내 여행 수요가 늘면서 여행수지가 1억4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이는 2014년 11월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배당소득이 반영된 본원소득수지는 35억8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반면 자본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자금 유출이 목격됐다. 중동 전쟁 여파 등으로 3월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도 규모가 293억3000만달러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한국은행은 "중동 지역 리스크 및 메모리 수요 위축 우려에 차익 실현 흐름이 더해지면서 순매도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외국인은 지난 2월에도 132억7000만달러를 순매도하며 당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는 미국 증시 조정 영향으로 39억4000만달러를 기록해 전월(103억9000만달러) 대비 규모가 눈에 띄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