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안양 LS타워에서 열리는 LS일렉트릭 제52기 정기주주총회에는 실적 발표보다 조용히, 그러나 더 오래 남을 안건이 올라와 있다. 이사 정원을 9인 이내에서 5인 이내로 줄이는 정관 변경안이다.
회사가 주주들에게 내미는 숫자는 화려하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4조 9658억원, 영업이익 4264억원. 북미 매출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고 데이터센터 관련 누적 수주도 1조원을 돌파했다. 892억원 현금배당과 5대1 액면분할까지 더해진다. 그 실적의 무게 뒤에서, 오히려 이사회는 작아진다.
이사는 줄고, '보수한도'는 그대로
소집공고 5호 의안 이사보수한도에는 숫자 하나가 적혀 있다. 당기 이사 수 5인(사외이사 3인), 보수한도 150억원. 전기 기준 실제 이사 수는 9명, 보수한도도 150억원이었다. 전기 실제 지급액은 107억 1700만원이었다. 이사 수는 절반 가까이 줄지만 보수 상한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회사가 이사회 축소를 어떻게 설계했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LS일렉트릭 사옥 / 사진제공=LS일렉트릭
사외이사 보수를 따로 보면 맥락이 더 선명해진다. 2025년 기준 사외이사 5인 전체 지급 보수는 3억원, 1인당 평균 6천만원이다. 이들이 감독하는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4264억원이다.
핵심 안건 논의에서 빠진 사외이사들,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도 사라져
소집공고에 공개된 2025년 이사회 활동 내역에는 불편한 기록이 있다. 1차 이사회(2025년 2월 7일)에서 김재홍 사외이사의 출석률은 0%로 기재됐다. 재무제표 승인, 주주총회 소집 및 상정의안 결의 등 8개 안건이 처리된 자리였다. 6차 이사회(2025년 11월 25일)에서는 최종원 사외이사가 불참했다. 2026년 사업계획 승인, 임원 인사, 회사채 발행 한도 승인 등 8개 안건이 처리됐다.
감사위원회, ESG위원회, 보상위원회는 사외이사 5인 전원이 참여하는 구조다. 불참은 해당 위원회 기능의 공백으로 이어진다.
이번 주총에는 이사 정원 축소 외에 눈여겨볼 항목이 하나 더 있다. 2-5호 의안,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 뉴스1
현행 정관은 "이 회사는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을 삭제한다. 회사는 상법 개정에 따른 정비라고 설명한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가 특정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는 제도다. 배제 조항이 삭제되면 이후 주총에서 적용이 가능해진다. 소집공고는 시행일을 "2026년 9월 10일 이후 최초로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이 있는 경우"로 명시했다. 이사 정원이 5인으로 줄어든 이후 처음 열리는 이사 선임 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적용될 수 있는 구조다.
회사는 설명이 없다
소집공고 제2-4호 정관 변경안은 이사 정원 축소의 목적을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 및 전문성 제고"라고 적었다. 이것이 설명의 전부다.
공시상 확인되는 사외이사 이력은 전기공학, 행정, 회계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북미 사업 확대 국면에서 통상·법무·현지 규제 리스크를 이사회 차원에서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선명하게 읽히지 않는다.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약 5조원, 초고압 변압기 잔고만 2조7000억원이다. 숫자가 커질수록 시장이 보는 것은 다음 수주가 아니다. 이 성장을 누가, 어떤 구조 안에서 감시하고 통제하느냐다.
공시와 소집공고를 통해 성장과 환원 메시지는 반복됐다. 이사회 축소의 배경과 그 이후 견제 설계를 설명하는 공개 자료는 없다. 효율화인지, 견제 축소인지에 대한 판단은 결국 이 안건을 올린 회사가 먼저 설명해야 한다.
한편 국민연금은 최근 상법 개정 취지를 약화할 수 있는 정관 변경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제 효성중공업은 전날(1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정원 축소안을 상정했다가 부결됐다. LS일렉트릭의 이번 이사회 정원 축소안도 주총에서 같은 잣대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