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03일(화)

담합·산재 이어 중복상장까지... LS 구자은, '李대통령 경고'에 결국 한 발 물러섰다

LS가 결국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추진을 접었습니다. 소액주주 반발에도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상장을 밀어붙이던 기류였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중복상장'을 직접 거론한 뒤 나흘 만에 철회 결정을 내리면서 시장의 해석이 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26일 LS는 "이해관계자들의 우려를 경청했고 주주 보호와 신뢰 제고를 위해 철회했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을 시간 순으로 놓고 보면 흐름이 분명해집니다. LS는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에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공식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소액주주들은 "핵심 성장동력을 떼어내 상장하면 모회사 가치가 훼손된다"며 반발했습니다. 


사진제공=LS그룹사진제공=LS그룹


하지만 LS는 "전력 설비 투자 확대와 북미 증설 자금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계열사 상장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에 예비심사 불승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지만, 회사의 '상장 강행' 기조를 흔들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논란의 '얼굴'이 된 인물은 구자은 LS그룹 회장입니다. 구 회장은 지난해 3월 '인터배터리 2025' 현장에서 중복상장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는 취지로 말해 투자자 반발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당시 LS는 "자금 조달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논리로 계열사 상장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이 발언은 "소액주주 감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불러왔습니다. 이후에도 상장 계획을 철회하지 않고 예비심사 절차를 밟으면서, 시장에서는 "구자은 회장의 강경 드라이브는 리스크가 크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구 회장의 드라이브는 대통령 발언으로 인해 제동이 걸린 모양새입니다. 지난 22일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위 오찬 자리에서 중복상장 관행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L자 들어간 주식'이라는 표현이 상징처럼 회자됐습니다. 


대통령이 중복상장을 자본시장 신뢰 훼손의 대표 사례로 직접 지목하면서, LS 사례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는 점이 시장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이후 LS의 태도는 급변했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이름을 얹자 더는 버티기 어려웠던 것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LS가 마주한 다른 전선들이 겹쳤다는 해석도 붙습니다. 검찰은 지난 20일 한국전력 발주 GIS(가스절연개폐장치) 입찰에서 6700억원대 담합이 있었다고 보고 8개 법인과 임직원 11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LS일렉트릭 임직원도 포함시켰습니다. 이 사건은 이미 공정위 과징금 제재를 거친 사안이지만, 형사 기소로 넘어가면서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origin_구자은LS그룹회장마약예방캠페인NOEXIT참여.jpg구자은 LS그룹 회장 / 뉴스1


행정 제재 국면에서는 과징금과 시정명령이 중심이지만, 기소 이후에는 압수수색과 포렌식, 임직원 신병 문제, 그리고 한전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여러 리스크가 파생됩니다. 업계에서는 "전력기기 업계 전반이 감독과 수사의 레이더에 올라간 상황"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산업 안전' 이슈도 변수로 거론됩니다. 2025년 7월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 대통령 앞에서 "산업재해를 해결에 직을 걸겠다"라고 표명했고, 이 대통령은 "그렇다. 직을 걸어야 한다"라고 화답했습니다. 8월에는 "모든 산재 사망사고를 최대한 빠르게 직보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산재 사망을 국정 어젠다로 끌어올린 상황에서, 대형 제조·설비 기업들은 현장 관리와 원청 책임 문제로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과 9월, LS일렉트릭, LS MnM에서 각각 노동자가 일하던 중 사망했던 '산재 사망'사고가 있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정(담합)'과 '안전(산재)'이라는 두 축에서 정부 시선이 집중되는 시기에, '자본시장 공정성(중복상장)' 논란까지 겹치는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LS는 상장 철회와 함께 자사주 추가 소각, 배당 확대, PBR 개선 목표 등 주주환원책도 내놨습니다. 지난해 8월 50만주 소각에 이어 올해 2월 추가로 50만주를 소각하겠다는 계획과, 배당을 전년 대비 40% 이상 늘리겠다는 방침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상장 철회에 따른 신뢰 회복용 카드"라는 평가와 "뒤늦은 봉합책"이라는 시각이 엇갈립니다.


다만 시장의 관심은 환원책 자체보다 "끝까지 밀어붙이려던 계획이 대통령 발언 이후 급전환했느냐"에 더 쏠려 있습니다. 구자은 회장이 중복상장 논란을 '정면 돌파'하던 흐름이었던 만큼, 이번 철회가 단발 조치에 그칠지, 아니면 향후 계열사 자금 조달 전략과 지배구조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바꾸는 신호인지가 관전 포인트가 됐습니다.


origin_발언하는이재명대통령 (4).jpg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자본시장에서는 "이번 철회는 상장 포기라기보다, 정부 기조와 충돌하는 전선을 정리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