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로 갈수록 환율 숫자는 가벼워지지 않습니다. 달러는 높게 머물고, 자금은 국경 밖으로 흘러나가며, 외환시장은 늘 긴장 상태입니다. 정부가 그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이번에는 '서학개미'를 직접 겨냥한 세제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고환율 장기화 속에 개인 해외 투자자금을 국내로 유도하기 위해, 해외주식을 팔아 국내 주식에 투자할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겠다는 방안입니다. 환율 안정과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노린 조치입니다.
24일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개인 해외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가 보유 중인 해외주식을 정리해 국내 주식으로 옮길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1년간 비과세하거나 감면해 주는 것입니다. 보유 중인 해외주식에 대해 개인용 환헤지 상품을 활용하는 경우에도 같은 세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세제 지원은 개인 해외 투자자가 기존에 보유하던 해외 주식을 국내 투자로 전환할 경우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개인 해외 투자자의 국내 복귀를 통해 외환시장의 안정과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함께 도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그는 또 "기존 해외주식을 유지한 채 개인용 환헤지 상품을 매입하는 경우에도 세제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개인투자자가 12월 23일까지 보유하고 있던 해외주식을 매각한 뒤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에 대해 한시적인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에 대한 별도 세제 지원 제도를 신설했습니다.
비과세 또는 감면 대상은 1인당 일정 한도 내에서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약 5000만원 수준의 매도금액까지는 양도소득세를 면제해 주는 방식입니다. 다만 복귀 시점에 따라 혜택은 차등 적용됩니다. 내년 1분기 또는 4분기 중 국내로 복귀할 경우 100% 감면, 2분기와 3분기에는 80%, 하반기 복귀 시에는 50% 감면이 적용됩니다.
정부가 서학개미까지 직접 겨냥한 배경에는 외환시장 불안이 깔려 있습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원 오른 1484.9원에 출발했습니다. 장중에는 지난 4월 기록한 연고점인 1487.6원 수준에 근접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외환당국이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두 개입에 나서자 환율은 한때 1465원대까지 20원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세제 지원을 두고 "해외 투자 자금을 다시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유턴 유도책"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또 환율 폭등의 책임을 '서학개미'에게 돌리는 논리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 속, 정부의 이번 대책이 실제로 서학개미 자금을 얼마나 국내 시장으로 끌어올지는 세제 혜택의 체감도와 국내 증시 매력도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