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병원의 신생아 바꿔치기 실수로 인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했던 트럭 운전사가 법원으로부터 거액의 배상금을 받게 되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지난 15일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13년 11월 법원이 도쿄 스미다 구 산이쿠가이 병원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60세 트럭 운전사에게 3800만 엔(한화 약 3억 5,786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1953년 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바꿔치기 사고에 대한 배상 판결입니다.
이번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 계기는 부유한 가정의 막내들이 형에 대해 품은 의구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어머니 사망 후 형은 유산 중 아버지 몫을 관리하며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냈는데, 이를 지켜본 동생들은 형의 행동과 외모가 자신들과 다르다는 점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동생들은 어머니가 생전에 "(출산 후) 병원에서 간호사가 형을 목욕시킨 후 옷을 갈아입혔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습니다. 의심을 품은 동생들은 형이 버린 담배꽁초를 수거해 2009년 DNA 검사를 실시했고, 검사 결과 형이 자신들과 생물학적으로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병원 기록 조사를 통해 가족들은 도쿄에 거주하는 트럭 운전사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이 운전사는 바꿔치기된 아기보다 불과 13분 일찍 태어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운전사는 이후 입양 가정으로 보내졌으며, 양아버지는 그가 두 살 때 세상을 떠났습니다.
운전사는 전기제품도 없는 집에서 가난한 생활을 이어가야 했으며, 중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군분투해야 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는 어머니와 이웃들로부터 부모님 중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는 말을 끊임없이 들어야 했습니다.
반면 부유한 집안으로 운명이 바뀐 아기는 좋은 교육을 받고 회사 사장이 되었으며, 그의 세 동생들 역시 회사 엘리트로 성장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운전사가 자신의 친부모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두 분 모두 돌아가신 후였습니다.
재판을 담당한 미야사카 마사토시 판사는 운전사의 주장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판사는 "운전자는 태어나자마자 친부모와 헤어졌고 결코 그들을 만날 수 없을 것"이라며 "재정적으로 편안한 환경에서 자랐어야 했기 때문에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