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03일(월)

"면역력 약한 자녀, 모유로 '이것' 전달돼"... 국내서 과학적 사실 밝혀졌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미세 플라스틱이 모유를 통해 후손에게 전달되어 면역력 저하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습니다.


23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다용 박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얻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티리얼스'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어미와 새끼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모유를 통해 후손의 몸으로 전달되며 면역 체계를 근본적으로 약화시킨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연구에 사용된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가 5㎜ 이하인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버려진 플라스틱이 빛이나 파도에 의해 잘게 부서지면서 생성됩니다.


인사이트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다용 박사팀 / 사진 제공 = 생명연


연구진은 비닐봉지, 포장재, 용기 등에 널리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재질의 미세 플라스틱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실험 과정에서 연구진은 임신·수유기 어미 생쥐에게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시킨 후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미세 플라스틱이 모유를 통해 새끼 생쥐의 체내로 이동하는 현상이 명확히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세 플라스틱이 새끼 생쥐의 장기 중에서도 면역세포를 조절하는 기관인 비장에 특히 많이 축적되었다는 것입니다.


비장에 미세 플라스틱이 쌓인 새끼 생쥐들은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와 NK 세포가 감소하고, 반대로 염증을 유발하는 B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된 새끼 생쥐들이 성장기 전반에 걸쳐 면역세포 분포의 불균형을 겪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인터페론과 사이토카인 같은 항바이러스 면역 물질의 분비도 현저히 저하되었습니다. 이는 미세 플라스틱이 면역기능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면역 체계를 약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생명연


연구진의 추가 실험에서는 더욱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된 새끼 생쥐에게 H1N1 신종플루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결과, 대조군에 비해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해 약해진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비록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 실험을 통해 얻어진 것이지만, 인간에게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진은 분석했습니다.


이다용 박사는 "이번 연구는 미세 플라스틱이 세대를 넘어 면역 체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한 "음식과 물 등에서 미세 플라스틱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