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6일(일)

'갭투자 성공' 국토부 1차관, 아파트 어떻게 샀나 봤더니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지난해 갭투자 방식을 통해 고가 아파트를 구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세 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갭투자를 원천 차단한 상황에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는 막아놓고 본인은 갭투자로 이익을 챙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23일 부동산 업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차관은 2017년 8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판교밸리호반써밋' 전용면적 84㎡(13층)를 6억4511만원에 구입했습니다. 이후 현 정부 출범 직후인 6월 7일 해당 물건을 11억4500만원에 매각했습니다.


인사이트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 / 뉴스1


주목할 점은 이 차관이 집을 매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차관은 해당 아파트를 매각하면서도 자신은 세입자 신분으로 계속 거주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러한 거래 방식을 '주전세' 또는 '주인 전세'라고 명명합니다. 매도자가 부동산을 판매한 후에도 세입자로 남는 구조로, 매매계약과 전세계약을 동시에 진행하여 매수자는 전세보증금을 제외한 금액만 지불하게 됩니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거주를 통한 주거 안정성 확보와 동시에 시세 차익 실현이 가능하며, 매수자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을 차감한 금액만 지불하면 되어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거래 방식은 전세보증금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갭투자의 한 형태로 분류됩니다.


판교밸리호반써밋 매도 이전인 2024년 7월, 이 차관의 배우자 한모씨는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 117㎡를 33억5000만원에 매입했습니다. 전세보증금 14억8000만원을 제외한 18억7000만원으로 구매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인사이트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다. / 뉴스1


이는 전형적인 갭투자 사례입니다. 이 차관은 판교밸리호반써밋에 전세로 거주하면서 백현동의 더 넓고 고가인 아파트를 갭투자 방식으로 확보했습니다.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은 동일 면적대가 지난 6월 4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고, 현재 호가는 42억원 수준입니다. 현재 시점 기준으로 6억원을 초과하는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 차관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부담도 최소화했습니다. 판교밸리호반써밋을 보유한 상태에서 2024년 7월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을 매수하여 일시적 2주택 방식을 활용해 세금을 절약했습니다.


일시적 2주택 세제 혜택은 기존 주택 보유자가 추가 주택을 구매한 후 3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할 경우 기존 주택에 대한 양도세와 신규 주택에 대한 취득세를 감면받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원래 실수요자들의 원활한 주택 교체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이 차관은 기존 주택을 6억4511만원에 매수하여 11억4500만원에 매도한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별도로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사이트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다. / 뉴스1


2024년 7월 성남시 분당구는 비규제지역이었기 때문에 판교푸르지오그랑블 매수 시 취득세 3%가 적용되었습니다. 만약 규제지역이었다면 2주택 취득에 따른 중과세율 8%까지 회피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차관의 거래 방식에 대해 투자 관점에서 "매우 효율적인 매매"라고 평가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 사례"라며 "주인 전세를 통해 갭투자자에게 매도하고, 세입자로 거주하면서 갭투자로 상위 지역 부동산을 확보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절묘한 타이밍의 주택 교체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차관이 활용한 주인 전세, 갭투자 등의 매매 기법은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방식입니다. 이에 대해 실수요자들은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실수요자는 "본인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부동산을 확보해놓고는 서민들에게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비판했고, 다른 실수요자는 "이렇게 앞뒤가 다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인사이트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 / 뉴스1


이 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투기 목적의 갭투자와는 성격이 다른 거래였다"며 해명에 나섰습니다. 그는 "전세로 거주하다가 처음 분양받은 집이 고등동 아파트였고, 이후 전문직인 아내의 자산 증가로 대출 없이 백현동 아파트를 구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일시적 1가구 2주택 상황에서 고등동 아파트를 매도하려 했으나 당시 전고점 대비 30% 정도 매매가격이 하락한 데다 매매가 성사되지 않아 입주 시점을 맞출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당시 백현동 아파트 전세 시세가 16억원이었지만 시세를 완전히 맞출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 14억원대로 전세 세입자를 구했다"며 "이후 고등동 아파트가 매도되었지만 백현동 아파트 전세 기간 종료까지 거주할 곳이 없어 다시 고등동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차관은 한 유튜브에서의 발언으로도 논란이 되었습니다. 그는 "지금 집을 구매하려고 하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시장이 안정되면(집값이 하락하거나 유지만 되더라도) 그 기간 동안 소득이 증가하고, 소득이 축적된 후에 집을 구매하면 된다"고 발언했습니다.


인사이트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 뉴스1


부동산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이 차관의 발언을 두고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여론이 악화되는 가운데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이 차관의 부동산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습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식 사과를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선 것입니다. 한 최고위원은 "이 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당 최고위원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최고위원의 사과는 당의 공식 입장"이라며 "정책 기조가 흔들리거나 본질이 아닌 것으로 공세를 받을 수 있는 언행에 대해 각별히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고, 국토위 국감에서도 그런 부분에 대한 지적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