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허가받지 않은 복층 헬스장이 대형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건물 도면에 없는 불법 시설이 피해를 확산시켰다고 분석했다.
남득우 대전 대덕소방서장은 21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연락이 두절된 14명 중 전날 오후 30대 남성 1명을 최초로 발견했고, 21일 0시 19분경 동관 2층 복층 헬스장에서 9명의 시신을 한꺼번에 수습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오후 12시 10분경에는 본관 1층 남자화장실에서 추가로 1명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뉴스1
소방당국은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3명을 찾기 위해 GPS 위치 추적, 화재탐지견 투입, 중장비 동원 등 총력 수색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20일 오전 발생한 이번 화재는 현재까지 50여 명의 사상자를 낳았으며, 약 6시간에 걸친 진화 작업 끝에 불길이 잡혔지만 공장 핵심 시설 대부분이 전소됐다.
화재는 동관 1층에서 시작돼 2~3층으로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남 서장은 "초기 발화 지점은 1층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위치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이 주목하는 것은 건물의 구조적 문제다. 박경하 대덕구 주택경관과장은 "화재가 발생한 동관은 공장 2동 성격의 별동으로, 2010년 1층으로 최초 건설된 후 2011년과 2014년 증축을 거쳐 2층 공장, 3층 주차장, 옥상 주차장으로 운영되어 왔다"고 밝혔다.
특히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복층 헬스장은 차량 경사로와 인접한 공간에 위치했으나, 건축 도면상에는 표시되지 않은 무허가 시설이었다.
뉴스1
박 과장은 "헬스장은 도면과 건축물대장에 기재되지 않은 사실상 무허가 부분"이라고 확인했다. 약 5.5m의 높은 층고를 가진 이 공간은 차량 진입로의 여유 공간을 활용해 만들어진 구조로, 이러한 특성이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판단이다.
화재가 초기에 빠르게 확산된 배경에는 공장 내 절삭유와 기름때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대덕소방서는 "공장 가공공정에서 사용하는 절삭유를 비롯해 천장 등에 축적된 기름때가 많은 상태였다"며 "기름때와 집진설비, 배관에 쌓인 슬러지를 따라 화염이 순간적으로 번졌다"고 설명했다.
절삭유 등 공장용 유류는 금속 가공 시 윤활제 기능을 하는데, 낮은 인화점으로 인해 쉽게 기화되며 스파크나 고온에 노출되면 발화 위험이 높다. 절삭유나 세척유를 사용하는 공장에서는 분진과 유증기가 함께 존재할 때 작은 불꽃만으로도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은 사망자 신원 파악과 화재 원인 조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전경찰청은 청장과 수사부장 중심의 지휘체계를 구성하고 형사팀, 초동대응팀, 지역경찰 등 222명을 현장에 투입해 통제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광역수사대, 대덕경찰서 형사팀, 과학수사팀, 피해자 보호팀 등 131명의 전담팀과 별도로 66명 규모의 피해자보호팀도 운영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은 화재 진압 완료 후 현장 감식에 착수해 21일 오전 11시부터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발화 추정 지역에 대한 1차 합동 감식을 실시했다.
대전지검도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경찰·소방당국과 협력하여 화재 원인 규명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고용노동부, 경찰청, 소방청은 합동 감식을 통해 화재 확산 과정과 대피로 안전성, 근로자 안전교육 현황 등을 종합 검토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인명피해 수습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중앙합동재난피해자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대덕문화체육관에 마련된 지원센터에는 22개 피해지원 기관이 참여해 민원 접수, 긴급구호, 의료·심리지원, 융자 및 세금·국민연금 상담 등을 종합 제공한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현장 소방대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수습 활동을 당부한다"며 "정부는 피해자들의 신속한 일상 회복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