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가격 45년 만에 최고치 경신, 온스당 52달러 돌파
국제 은 시장이 45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올해 가장 주목받는 투자 자산으로 떠올랐습니다. 1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은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31.1g)당 50.13달러로 마감하며 6.8%의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오후 10시 30분경 현물 가격이 약 53달러를 기록한 후 소폭 하락한 수준으로, 명목가 기준 45년 만의 최고가에 해당합니다.
올해 금·은·백금·팔라듐 등 4대 귀금속 가격은 모두 최대 82% 상승하며 상품시장 강세를 이끌고 있습니다. 특히 은 가격은 올해에만 73% 이상 상승하여 금(56%)과 나스닥지수(17%)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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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부족과 산업 수요 급증이 가격 상승 견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은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2020년 이후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며 지속적인 적자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활용량은 감소하고 신규 광산 생산은 정체된 반면, 산업용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은은 금과 같은 안전 자산 가치를 지니면서도 전자제품, 태양광, 반도체, 인공지능(AI) 부품 등에 활용되는 핵심 산업 소재입니다.
태양광 패널 한 장에는 20g 안팎의 은이 사용되며, 태양광 제조업체들의 은 사용량은 지난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전기차 등 전자제품 제조에도 은 자재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최근 산업계는 폐실리콘 웨이퍼에서 은을 회수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트럼프 관세 정책 우려가 추가 상승 요인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미 지질조사국(USGS)이 최근 은을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이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은은 국가 안보상 필수 자원으로 분류되어 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철강, 알루미늄, 구리가 비슷한 사례입니다.
이에 따라 거래소들이 창고마다 은 보유량을 늘리는 사전 비축에 나서면서 가격 상승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귀금속 전문 운용사 스프로트자산운용의 슈리 카르굿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채굴 및 재활용되는 은의 양이 실제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전형적인 수급 불균형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불안정성
시장의 불안정성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 런던 현물시장에서 은 가격은 미국 뉴욕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기록하고 있으며, 현지 거래업자들의 적극적인 매입세로 인해 트레이더들이 은괴를 항공편으로 긴급 운송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통상 금 운송에만 사용되는 고비용 항공 루트가 은 거래에 동원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은행권은 은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씨티그룹은 최근 은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55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금값 급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은 투자로 이동하는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약 573만원)를 돌파하면서 가격 부담을 느낀 투자자와 보석 소비자들이 대체재인 은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은 가격의 2026년 말 목표치를 기존 온스당 44달러에서 65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과열에 따른 단기 조정 가능성도 존재
전문가들은 과열에 따른 단기 조정 가능성도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은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1.8달러(3.7%) 하락하며 4월 이후 일일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발표가 촉매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산업용 은 수요 둔화나 태양광 설치 속도의 둔화 흐름도 향후 조정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단기적으로 금보다 은의 가격 변동성이 더 크고, 하락 위험 또한 더 클 수 있다"며 "금과 달리 은의 경우 수요를 지탱하는 제도적, 경제적 기반이 부족하다"고 경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