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2일(일)

캄보디아 감금 한국인 2명, 160일 만에 구조... 李대통령, "캄보디아 범죄 총력 기울여 대응" 지시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160일간의 지옥


캄보디아에서 고문과 감금을 당하며 범죄에 가담하도록 강요받았던 한국인 2명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의 도움으로 현지에서 구조되었습니다.


이들은 160여 일간의 끔찍한 감금 생활 끝에 자유를 되찾았습니다.


지난 11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호텔에 감금됐던 한국 국적 남성 A씨와 B씨가 박 의원실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인사이트캄보디아 범죄단지에 감금됐던 한국 국정 남성 B씨가 보냈던 구조 요청 메시지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A씨는 IT 관련 업무를 하면 월 800만 원에서 1,500만 원의 고수익을 보장하고 1인 1실 호텔 숙소와 식사를 제공한다는 온라인 구인 글을 보고 캄보디아로 향했습니다.


처음에는 의심스러웠지만, 텔레그램으로 대화를 나누던 상대방이 항공권까지 제공하겠다고 제안하자 '아니면 다시 돌아오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떠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 도착하자 A씨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꿈에 그리던 고수익 일자리가 아닌 공무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을 강요하는 범죄단지(웬치)였습니다. 범죄에 가담하지 않으면 온종일 고문을 하겠다는 협박이 이어졌고, A씨가 반발하자 이들은 A씨를 캄보디아 포이펫의 또 다른 범죄단지로 이동시켰습니다.


포이펫에 도착한 A씨는 100여 일간 가혹한 폭행에 시달렸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빼앗겼고, 수갑을 찬 채로 쇠 파이프와 전기충격기 등으로 구타당했습니다.


탈출을 시도한 적도 있었습니다. A씨와 같은 방을 쓰던 B씨가 텔레그램으로 구조 요청을 보내 현지 경찰이 한 차례 범죄단지를 찾아왔지만, 신고 사실이 발각돼 탈출이 무산됐습니다.


오히려 두 사람은 머리에 봉지가 씌워진 채 차량 트렁크에 실려 시아누크빌로 이송됐습니다.


인사이트사진=캄보디아 경찰청


기지를 발휘한 A씨가 다시 구조 요청을 보내면서 이번에는 현지 경찰이 두 사람이 머물던 호텔에 찾아왔고, 이들을 감시하던 중국인과 조선족에게 수갑을 채우면서 마침내 160여 일간의 감금 생활이 끝났습니다.


박찬대 의원실은 지난달 초 B씨 어머니로부터 "우리 아들을 꼭 살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외교부, 영사관 등과 소통해 두 사람의 구출을 도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씨와 B씨는 구조된 뒤 캄보디아 경찰의 조사를 받으며 귀국을 준비 중입니다.


박 의원실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 후 감금을 당했다며 공관에 신고한 사례는 330건에 이릅니다.


의원실은 캄보디아에서 일어나는 피해 사례에 비해 재외공관의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영사조력법 개정으로 재외국민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정부의 대응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취업사기·감금 피해사례가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외교부에 총력을 기울여 대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외교부는 이에 따라 캄보디아 정부의 협조 확보를 포함한 다양한 조치를 취해 왔고 필요하면 추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10일 오후 9시부로 기존 2단계 '여행자제' 발령 지역인 수도 프놈펜에 대한 여행경보를 2.5단계인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인사이트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 뉴스1


조현 외교부 장관도 쿠언 폰러타낙 주한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의 취업사기·감금 피해가 지속 발생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박찬대 의원은 지난달 30일 재외국민 사건 사고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 및 평가를 진행하고 실종 신고에 적극 대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영사조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박 의원은 "지금도 구조를 기다리는 우리 국민과 한국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다. 국무조정실, 외교부 등 관계 기관이 적극적인 업무 협조를 통해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구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확보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