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결혼 트렌드의 변화, '캡스톤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NFL 선수 트래비스 켈시가 지난 8월 결혼 소식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결혼 트렌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36세 동갑내기인 이들의 결혼이 '캡스톤(머릿돌)'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분석했습니다.
캡스톤 모델은 개인이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경제적 안정을 확보한 후 결혼을 결심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풋볼 선수 트래비스 켈시의 약혼 발표 / 스위프트 인스타그램 캡처
스위프트와 켈시는 2년간의 열애를 거쳐 30대 중반에 결혼을 발표했는데, 이는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후 결혼을 선택한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됩니다.
기존 '코너스톤 모델'과의 차이점
과거 미국에서는 '코너스톤(주춧돌)' 모델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20대 초반에 결혼을 먼저 한 다음, 부부가 함께 집을 구입하고 자산을 늘려가며 각자의 경력을 개발해나가는 형태였습니다.
두 모델의 핵심적인 차이는 경제적 기반을 다지고 직업적 성과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결혼을 출발점으로 삼느냐, 아니면 마지막 단계로 여기느냐에 있습니다. 코너스톤 모델이 결혼을 주춧돌로 여긴다면, 캡스톤 모델은 결혼을 머릿돌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미국 혼인율 감소와 초혼 연령 상승
실제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미국의 결혼 트렌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볼링그린 주립대의 분석에 따르면, 22~45세 초혼율은 2008년 대비 2023년 기준 9% 감소했으며, 미국인 1000명당 60건의 혼인율을 기록했습니다.
동시에 평균 초혼 연령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남성의 첫 결혼 중위 연령은 30세, 여성은 29세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08년 남성 28세, 여성 26세와 비교해 각각 2세, 3세 높아진 수치입니다.
학력과 소득이 결혼에 미치는 영향
WSJ는 경제적 안정이 우선시되는 현 상황에서 개인의 학력과 부모의 소득 수준이 결혼 여부와 시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가족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23년까지 대졸 이상 22~45세의 결혼율은 대졸 미만의 결혼율보다 훨씬 적게 감소했습니다.
소득 수준별로도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소득 상위 3분의1 집단의 기혼자 비율은 소폭 감소에 그쳤지만, 하위 3분의2 소득 집단에서는 훨씬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는 대졸 이상과 고소득층에서는 결혼율 하락이 상대적으로 완만했지만, 대졸 미만과 저·중소득층에서는 결혼율 하락 폭이 훨씬 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모의 소득 역시 자녀의 결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코넬대 연구 결과, 2019년 기준 부모가 상위 소득 25%에 속하는 37세 미국인의 59%가 결혼한 상태였던 반면, 부모가 하위 25%에 속하는 경우는 30%에 불과했습니다.
멜리사 커니 프랑스 노트르담대 교수는 "고소득자 자녀와 스스로 교육을 통해 고소득자 반열에 오른 이들이 결혼하면서 부의 집중을 강화하고 소득 격차를 더욱 벌린다"고 지적했습니다.
캡스톤 모델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배우자 선택에 신중해지면서 경제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안정적인 배우자를 만나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아 결과적으로 이혼율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