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12·3 계엄 국회 출동 군인 "회식하고난 뒤 출동... 소주 2~3병 마셨다"

방첩사 장교들, 회식 후 만취 상태서 국회 출동 지시... 법정 증언 파문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군 방첩사령부 소속 장교들이 술자리를 가진 뒤 만취 상태로 국회 출동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공개됐습니다. 


군이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해 움직였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건의 성격과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회 진입 시도하는 계엄군 / 뉴스1뉴스1


"소주 한 병 이상은 기본... 술 냄새 풍긴 채 출동"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 20차 공판에는 방첩사 대공수사단 소속 최 모 소령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는 계엄 발효 당일 저녁, 새로 부임한 과장 등 동료들과 회식을 가졌다고 진술하며 "소주 한 병 이상은 기본이었다. 계엄이 아직 아니라고 생각해 자연스럽게 술을 마셨다"고 말했습니다.


최 소령은 밤 9시쯤 회식을 마치고 관사로 돌아갔으나, 불과 한 시간 뒤인 오후 10시 39분 비상소집 문자를 받고 다시 부대에 복귀했습니다. 그는 밤 11시 22분께 방첩사에 도착해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뒤 대기했고, 이 과정에서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으로부터 이른바 '정치인 체포조' 투입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어 "다들 술 냄새가 났고 법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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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장교도 "소주 2~3병 마셨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또 다른 방첩사 소속 최 모 소령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며 "소주 2~3병을 마셨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는 '비상소집 이후 다수 수사관이 음주 상태라 상황 판단이 어려웠던 게 사실 아니냐'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그는 국회 출동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군 내부 규정상 비상소집 시 음주는 엄격히 금지돼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음이 드러난 셈입니다. 법조계와 군사 전문가는 "정치적 개입 자체가 문제인데, 만취 상태에서 실행됐다면 이는 명백한 군 기강 해이이자 헌정 질서 위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 불출석 이어가... 재판부 "강제 구인 검토"


국회에서 빠져나가는 계엄군 / 뉴스1뉴스1


이번 공판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출석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내란 혐의로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재구속된 이후 건강 문제를 이유로 11차례 연속 법정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20차 공판에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며, 검찰은 "사건의 성격상 피고인의 직접 진술이 필요하다"며 강제 구인을 시사했습니다. 재판부는 추후 심리를 통해 판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12·3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는 정치인 체포, 언론 통제, 시위 진압 등 계엄 작전을 실행하는 핵심 조직으로 꼽혔습니다. 그러나 장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작전 준비 과정에서부터 음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상실된 채 투입됐고, 이는 군의 정당성을 크게 흔드는 대목으로 지적됩니다.


재판부는 향후 추가 증인 신문과 증거 조사를 통해 군 지휘 체계의 문제, 계엄 선포의 합법성 등을 집중적으로 따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