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 의혹에 직위해제 조치
인천 영흥도 갯벌에서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조하다 순직한 해양경찰관 고(故) 이재석 경사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26일 해양경찰청은 이광진 인천해양경찰서장과 영흥파출소장, 영흥파출소 팀장 등 3명을 직위해제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지휘부는 지난 16일 대기발령 이후 10일 만에 직위해제라는 더 강력한 인사 조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번 조치는 이 경사의 동료들이 "이재석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사실을 말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한 이후 이루어졌습니다.
인천해양경찰서
순직 사건의 진실
앞서 지난 11일 오전 2시 16분, 이재석 경사는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 A씨를 확인한 후 홀로 출동했습니다.
당시 이 경사는 총 6명과 함께 당직 근무 중이었지만, 팀장을 제외한 4명은 휴식 중이었고, 추가 인력 투입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경사는 구명조끼를 A씨에게 건네고 구조를 시도했으나, 약 1시간 뒤인 오전 3시 27분쯤 밀물에 휩쓸려 실종됐습니다.
그로부터 약 6시간 후인 오전 9시 41분쯤 이 경사는 꽃섬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결국 숨졌습니다.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혼자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재석 경사의 영결식이 진행된 15일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오상권 중부해양경찰청장과 동료 경찰들이 헌화 후 경례하고 있다. 2025.9.15 / 뉴스1
이 경사와 함께 근무했던 동료 4명은 기자회견을 통해 "조문 과정에서 '재석이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인천해양경찰서장과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사실을 말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또한 "파출소장이 직원들에게 '유족을 보면 눈물을 흘리고 아무 말 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달라'고 했다"며 "인천해경서장도 '유족들에게 어떠한 얘기도 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해경이 아닌 외부의 독립적인 기관에 맡겨 엄정히 조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현재 검사 5명으로 구성된 인천지검 순직해경전담수사팀이 이 서장 등 3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상 과실치사, 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故 이재석 경사 동료들 / 뉴스1
사건 당시 당직 팀장이 다른 동료들을 깨우지 않았고, 상급 기관 보고를 먼저 제안하고도 실제 보고는 약 1시간 뒤에 이뤄진 점도 의문입니다.
이 경사가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했음에도 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도 규명되어야 할 사항입니다.
검찰은 본청 종합상황실, 인천해경 청사, 영흥파출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수사선상에 오른 해경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사고 경위와 대응 적정성, 규정 준수와 사건 은폐 여부 등을 철저히 규명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