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계 대부의 마지막 커튼콜
대한민국 코미디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개그계 대부' 전유성이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 25일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에 따르면 전유성은 이날 오후 9시 5분경 폐기흉 증세가 악화되어 전북 전주의 전북대병원에서 별세했습니다.
전유성은 최근 급성 폐렴과 코로나19 후유증 등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올해 제13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의 명예위원장을 맡고 부대행사인 '코미디 북콘서트'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건강 악화로 불참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스1
독보적인 코미디 세계를 구축한 거장
1949년생인 전유성은 1969년 TBC '쑈쑈쑈' 방송 작가로 연예계에 입문한 후 코미디언으로 전향했습니다.
'유머1번지', '쇼 비디오 자키', '개그콘서트',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당시 슬랩스틱 코미디와 바보 연기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 전유성은 몸보다는 말로 웃음을 유발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했습니다.
특유의 느릿느릿한 말투로 '툭' 던지는 그의 한마디는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YouTube '조동아리'
전유성은 단순한 코미디언을 넘어 연출과 기획을 겸하며 1980~90년대 코미디 전성기를 이끄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KBS 대표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으며, 최초의 코미디 전용 극장 '철가방 극장'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PC통신 시절 '개그맨1'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며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인물로도 유명합니다이전까지 희극인이나 코미디언이라 불리던 직업에 새로운 명칭을 부여한 것입니다.
또한 2001년에는 '전유성의 코미디시장'을 창단해 개그 지망생들의 양성에 힘썼습니다.
그는 김미화, 이경규, 김국진, 강호동, 이윤석, 최양락, 안상태, 신봉선, 박휘순, 김민경 등 많은 후배 코미디언들을 발굴했습니다.
YouTube '꼰대희'
전유성은 방송 활동 외에도 예원예술대 교수, MBC 라디오 '여성시대', '지금은 라디오시대' MC를 맡는 등 다방면으로 활약했습니다.
집필 활동에도 열중해 '전유성의 구라삼국지', '조금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 등 여러 저서를 남겼습니다.
전유성은 지난해 후배 김대희의 유튜브 채널 '꼰대희'에 출연해 개그맨으로서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코미디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열정을 불태웠던 그의 모습이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며, 고인이 생전 활발히 활동했던 KBS 일대에서 노제를 지낼 예정입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습니다.
대한민국 코미디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전유성의 별세 소식에 많은 연예인과 팬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습니다. 한국 코미디의 새 길을 개척한 '개그계 대부'의 웃음은 이제 추억으로 남았지만, 그가 남긴 코미디 유산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