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해경 추모식장에 나타난 당직 팀장, 유족들 분노
갯벌에 고립된 노인을 구조하다 숨진 해양경찰관 고(故) 이재석 경사의 추모 행사가 22일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하늘고래 전망대에서 진행됐습니다.
유족들이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사고 당시 당직 팀장이었던 A 경위였습니다.
'이재석 경사 순직 사건' 관련 담당 팀장인 A 경위가 22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돌고래전망대에서 유족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고 있다.2025.9.22 / 뉴스1
지난 22일 JTBC에 따르면 인천 영흥파출소 팀장 A경위는 국화꽃 다발을 들고 추모 행사장에 찾아와 유족들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는 "(이재석 경사를) 못 지켜드린 거 죄송하다"고 사죄의 말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네가 여길 왜 오느냐"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유족들은 "네가 장례식장에 와서 이런 모습만 보였어 봐라. 이 정도까지 됐나. 여기 마지막으로 인사하러 온 자리인데 네가 왜 오냐"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결국 유족들이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고, A경위는 갑자기 준비해 온 입장문을 꺼내 읽기 시작했습니다.
JTBC
입장문은 사고 당시 부실 대응 의혹을 폭로한 다른 팀원들에게 경고하는 내용이었습니다.
A경위는 입장문을 통해 "사건 관련 드론 영상, 무전 녹음 등 객관적인 자료는 다 남아있어 (사실이) 왜곡될 수 없다"며 "왜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는지 원인과 문제점이 사실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성실히 말씀드리고, 잘못한 부분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다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A경위가 "마지막 지시이자 부탁"이라며 다른 팀원들을 향해 한 발언이었습니다.
그는 "모든 팀원은 성실히 (검찰) 조사에 임해 주시고 책임을 면하기 위해 거짓말이나 추정에 의한 내용을 공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사고 당시 부실 대응 의혹을 제기한 다른 팀원들을 향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습니다.
A경위는 취재진을 향해서도 "여러분이 아는 게 다가 아니다"라며 "제발 사실만 써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추가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사진 제공 = 인천해양경찰서
갯벌로 들어간 팀장, 해경 구조 나서
입장문을 읽은 A경위는 이재석 경사가 목숨을 잃은 사고 지점인 꽃섬 인근 갯벌로 직접 걸어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국화꽃을 두고 오겠다는 명목이었지만, A경위의 돌발 행동에 해경과 소방 당국은 안전사고를 우려해 보트를 띄워 그를 뒤쫓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유족들은 A경위가 떠난 후에야 비로소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수 있었습니다.
이재석 경사의 어머니는 "재석아 엄마 왔어. 재석아. 빨리 구조하러 왔으면 재석이 살았잖아. 엄마 너 없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라며 오열했습니다.
또 아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꽃다발을 물 위에 띄우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아들, 엄마가 사랑해"라는 애절한 말을 남겼습니다.
한편, 검찰은 이재석 경사 순직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하여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이번 사건은 구조 과정에서의 부실 대응 의혹과 함께 해양경찰의 구조 시스템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