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가파도 '탄소 중립 섬' 사업, 과거 실패 반복될까 우려
제주도가 내년 2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가파도에 '탄소 중립 섬' 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과거 비슷한 프로젝트가 실패한 전례가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제주도 풍력발전기 / 뉴스1
제주도 본섬에서 남서쪽으로 5.4km 떨어진 가파도(면적 0.84㎢)는 이미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가 실패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당시 상당한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컸던 만큼, 이름만 바꾼 사업에 또다시 수백억 원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제주도 의회 등에 따르면, 제주도는 '가파도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마을 조성' 사업을 위해 내년도 예산으로 220억원을 확보했습니다.
이 사업의 핵심은 현재 가파도에서 사용 중인 디젤 발전기를 100%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과거 실패한 사업과 유사성... 재생에너지의 한계 극복할 수 있을까
제주도 풍력발전기 / 뉴스1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됐던 가파도 '탄소 중립 섬' 사업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우근민 당시 제주지사의 주도로 2012년부터 4년간 14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50㎾(킬로와트)급 풍력발전기 2기와 48가구에 3㎾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었습니다.
당시 제주도는 가파도의 최대 사용 전력이 224㎾였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만으로도 전력 수요 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태양광발전기는 날씨 변화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졌는데요. 햇볕이 충분한 날에는 발전량이 100%에 달했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발전량이 10%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발생한 전력을 저장할 에너지 저장 장치(ESS)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많은 전력이 낭비되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풍력발전기 역시 고장 등의 이유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채 방치되다가 결국 올해 철거되었습니다.
가파도 / 뉴스1
한 전력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파도는 전체 전력 중 재생에너지 비율이 3%가량으로 크게 감소한 상태"라며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예산만 투입한다면 과거의 실패가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