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나 내일 아플 듯?"... 허위 진단서 '품앗이'한 공보의들 무더기 적발

공중보건의사들의 충격적인 비위 행위 적발


감사원이 실시한 기관감사에서 공중보건의사(공보의)들의 심각한 비위 행위가 무더기로 적발됐습니다.


지난 20일 감사원에 따르면, 전남 곡성군과 담양군 소속 공보의들이 허위 진단서 발급, 무단결근, 근무 태만 등 다양한 비위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중보건의사 제도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군 복무 대신 의료 취약지역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인데요. 의료 공백 해소 역할을 맡은 공보의들이 의무를 소홀히 하고 제도를 악용한 사실이 이번 감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곡성군 소속 공보의 5명은 실제 진료도 하지 않은 채 동료 공보의들에게 관절통, 감기, 급성 장염 등을 병명으로 한 진단서를 발급해주었고, 이를 각자 병가를 사용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특히 한 공보의는 자신이 5일 후에 아플 것이라고 예상하고 미리 병가를 신청한 뒤, 해당 날짜에 동료가 발급해준 진단서를 첨부하는 뻔뻔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 진단서에는 병명은 급성 코인두염(감기)으로 적혀 있었지만, 필요한 조치는 급성 장염에 해당하는 3일 이상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근무 태만과 온라인 게임으로 낭비된 공보의 시간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일부 공보의들이 진료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거나 아예 출근도 하지 않은 채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등 근무 태만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입니다.


곡성군의 한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던 한의사 공보의는 환자들에게 침술 처방은 하지 않고 상담만 진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자, 이 공보의는 진료시간에 관사에만 머물렀는데요. 이렇게 태만하게 보낸 근무 기간이 무려 363일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또 다른 공보의는 온라인 게임을 위해 관사에만 머물며 진료실에 출근하지 않았는데, 확인된 것만 79일 5시간에 이르렀습니다.


담양군 소속 전·현직 공보의 8명도 진단서 없이 병가를 사용했으며, 이 중 1명은 8일가량 제대로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공보의들의 근무 태만이 가능했던 이유는 휴가 승인권자가 공보의들과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지 않아 근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또한 함께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공보의의 휴가 여부를 알 수 없어 무단결근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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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처우 개선 노력 무색케 한 비위 행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의료 취약 지역의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공보의들의 처우 개선에 노력해왔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공보의 수당 중 하나인 업무 활동 장려금 월 상한액을 기존 180만 원에서 225만 원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비위 사실은 정부의 이러한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감사원은 공보의의 부적절한 복무 실태를 방치하는 등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감사원은 이들 공보의에 대해 병역법 등 관련 법률에 따른 후속 조치와 복무 점검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전수조사도 실시할 것을 병무청과 보건복지부에 통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