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외부 누구와도 논의 안 해" 입장문 낸 조희대 대법원장... "녹취 증거 있다는데?" 물음에 보인 반응

조희대 대법원장, 이재명 사건 관련 의혹에 정면 반박


조희대 대법원장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제기한 '이재명 사건 개입' 의혹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17일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청사 퇴근을 앞두고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를 통해 '최근 정치권 등의 의혹 제기에 대한 대법원장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습니다.


인사이트조희대 대법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처리를 논의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2025.9.17 / 뉴스1


입장문에서 조 대법원장은 "최근 정치권 등에서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총리 등과 만나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처리에 대해 논의했다는 취지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대법원장은 위 형사 사건과 관련해 한덕수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으며,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한 직접적인 반박입니다.


부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직후인 지난 4월 7일,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윤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 측근으로 알려진 김충식 씨와 오찬을 함께 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 자리에서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고 발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 뉴스1한덕수 전 국무총리 / 뉴스1


조 대법원장은 오후 6시 3분쯤 퇴근하면서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수고하십니다"라고 말한 후 차에 올랐습니다.


"민주당에서는 한 전 총리 등과 만났다는 녹취 증거도 있다고 주장하는데 입장이 있느냐",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성을 잃었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한 전 총리와 논의한 적은 없으나 만남은 인정하는 건지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JTBC에 "4월에 한덕수 전 총리와 식사 자리를 가진 적이 없다는 의미이고 공식적인 행사 등 자리에서 만났을 가능성을 아예 제외할 순 없어 정제된 표현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의혹에 거론된 인사들도 해당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조 대법원장과는 일면식도 없다"라고 밝혔으며, 한덕수 전 총리 측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이전·이후를 막론하고 조 대법원장과 회의나 식사를 한 사실이 일절 없으며 개인적 친분도 전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인사이트조희대 대법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처리를 논의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2025.9.17 / 뉴스1


민주당은 이 의혹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 중앙지법 내란 재판 지연 등을 문제 삼으며 대법원장 사퇴 촉구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는 "존경받아야 할 사법부 수장이 정치적 편향성과 알 수 없는 의혹 제기 때문에 사퇴 요구가 있는 만큼 대법원장의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사법권 독립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비영리 변호사단체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여당 대표나 국회 상임위원장 같은 정치적 영향력이 큰 인물이 대법원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행위는 법관의 독립적 직무 수행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고, 사법권 독립을 보장한 헌법 정신을 크게 훼손하는 부당한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