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가 제출한 변론요지서 보니..."2차 피해 피해자가 자초"
불법 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축구선수 황의조 씨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형을 확정받고 항소를 포기했습니다.
다만 피해자 측이 입은 2차 피해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변호인 스스로 초래한 일"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16일 KBS 보도에 따르면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황씨 측은 재판부에 제출한 변론요지서에서 "2차 피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황의조 전 축구 국가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선고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5.2.14/뉴스1
황씨는 재판 과정에서 불법 촬영 혐의는 인정했지만 피해자 A씨가 입었다는 2차 피해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피해자 측이 언론에 스스로 노출하며 "잊혀가던 상처를 다시 건드렸다"며 피해가 가중됐다고 반박했습니다.
피해자 A씨는 KBS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제 연락처를 황의조씨 형에게 넘겼고, 신상정보를 세상에 유포해 놓고도 2차 피해가 없다는 말이냐"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어 "결국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는 게 또 다른 피해를 자초한다는 논리인데, 이건 '성폭력 피해자는 닥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고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황씨 측 주장을 일축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인정했습니다. 황씨의 유명세와 유포된 촬영물 내용이 피해자에 대한 대중의 '과도한 호기심'을 유발했고, 이는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키운 요소로 작용했다고 봤습니다.
또한 재판부는 "황씨 측의 일부 언급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더라도, 민감한 형사사건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었다"고 질타했습니다.
황씨 측은 피해자 A씨와의 합의 시도 내용을 강조했습니다. 2억 원 공탁 사실과 함께 "합의금에 대한 입장 차이로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뉴스1
그러나 피해자 A씨는 "황의조의 반성을 단 한 순간도 느낄 수 없었다"며 "돈으로 책임을 사고파는 사회에선 피해의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황 씨는 항소이유서에 "내년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하고 싶다"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축구협회 규정상, 집행유예를 받은 선수는 만료 후 2년까지 국가대표로 뛸 수 없습니다. 월드컵 출전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입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형이 확정된 선수는 대표팀에 뽑을 수 없다"며 "범죄를 저지른 선수를 굳이 선발할 이유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