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영웅 이재석 경사의 마지막 길, 유족들의 진실 규명 요구
갯벌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하려다 순직한 고(故) 이재석 해양경찰관의 영결식이 15일 엄숙히 거행됐습니다.
인천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 청사에서 중부해경청장 장(葬)으로 진행된 이날 영결식에는 해경 관계자와 유가족 등 10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습니다.
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 / 뉴스1
영결식 내내 유족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유족들은 "너무 억울하게 죽었잖아. 재석아, 재석아"라며 연신 통곡하는 모습이 주변을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경사의 어머니는 "너무 억울하다"며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하며 슬픔을 표현했습니다.
동료 김대윤 경장은 고별사에서 "사람들이 너를 영웅이라고 치켜세우지만, 어둠 속 바다에서 혼자 싸웠을 너의 모습이 떠올라 비통함을 감출 수 없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차마 영정사진을 볼 수 없어 사진첩을 봤다. 가족, 친구, 동료 모두를 비추는 별이 돼달라"는 김 경장의 말에 참석한 동료들은 눈물을 훔쳤습니다.
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 / 뉴스1
사고 원인 규명과 진실 은폐 의혹
오상권 중부해경청장은 입장문을 통해 "2인 1조 출동 원칙을 준수하지 못한 이유와 고인과 연락이 끊긴 뒤 신속한 대응을 못 했는지, 구조 장비나 자기 장비 보호는 부족하지 않았는지 명백히 밝혀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한 "고인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토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양경찰청은 외부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발족했으며, 오는 26일까지 자료 조사와 현장 점검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입니다.
고인은 경장에서 경사로 1계급 특진했으며, 대한민국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습니다. 이 경사는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되어 영면하게 됩니다.
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 / 뉴스1
이 경사는 지난 11일 오전 2시 16분 인천 옹진군 영흥면 꽃섬 인근에서 밀물에 고립된 70대 중국인 A씨를 구조하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는 자신의 구명조끼를 A씨에게 입혀주고 구조를 시도했으나, 불행히도 밀물에 휩쓸려 실종됐고, 이후 인근 해상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동료들의 진실 폭로와 은폐 의혹
사건을 둘러싼 진실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경사의 유족과 동료들은 해경 내부에서 진실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족은 "영흥파출소장과 인천해양경찰서장이 이 경사와 함께 근무했던 당직자 4명에게 '진실을 밝히지 말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장례 절차를 모두 마친 뒤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소속으로 사고 당시 당직을 함께 섰던 동료 4명은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이 경사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사건과 관련해 함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故 이재석 경사 영결식 / 뉴스1
이어 "파출소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유족을 보면 '눈물을 흘리고 아무 말 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달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또 "파출소장이 처음 (사건) 함구를 지시한 게 실종된 이 경사가 구조된 뒤 응급실로 이송 중이던 때"라며 "파출소장이 영흥파출소로 사용하는 컨테이너 뒤로 저희 팀원과 수색으로 비상 소집된 다른 팀원들을 불러 (인천해경)서장 지시사항이라는 내용을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추후 조사 과정에서 모든 것을 밝히려고 마음먹었으나 어제 유족들과 면담을 통해 왜곡된 사실을 바로 잡고 진실을 밝히기로 마음먹었다"고 했습니다.
또한 인천해경서장으로부터도 '함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양경찰청은 "그동안 유족에게 폐쇄회로(CC)TV, 무전 녹취록, 드론 영상 등 현시점에서 가능한 관련 자료 일체를 제공했다"며 "인천해경서장과 파출소장이 내부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으나 서장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