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04일(목)

"내가 검사만 27년 했어" 속옷 차림으로 체포 거부한 尹... 79분 분량 CCTV 육성 공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거부 현장 CCTV 공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서울구치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당시 CCTV 영상을 열람했습니다.


총 79분 분량의 영상에는 윤 전 대통령이 속옷 차림으로 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내가 검사 27년 했어!"라고 외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지난 1일 KBS는 해당 영상에 담긴 윤 전 대통령의 육성 내용을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당신, 검사해 봤어? 안 해봤잖아!"


지난달 1일 이루어진 1차 영장 집행 당시,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이 제시한 체포영장 사본을 내던지고 체포를 거부하며 드러누웠습니다.


KBS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 소속 모 의원실은 1차 영장 집행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기록은 총 24분 분량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에서 윤 전 대통령은 "내게 말 시키지 말고, 변호사와 얘기하라"는 말을 4분여간 반복했다고 합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물리력 사용하지 마! 손대지 마! 진술 거부할 사람을 뭣 하러 조사하나?"라고 말하며, "당신, 검사해 봤어? 안 해봤잖아. 당신하고 말하고 싶지 않으니까 문 닫아요"라고 특검 측에 대응했습니다.


교도관이 '다시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다'며 물러났다가 체포를 재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눈을 감고 침묵하거나 "당신네랑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변호사랑 이야기하든가 알아서 하라고"라고 말했습니다.


교도관은 "앉아서 이야기하면 안 될까요?"라며 윤 전 대통령을 계속 설득했다고 합니다.


결국 1차 체포영장 집행은 윤 전 대통령의 강한 거부로 무산되었습니다.


인사이트법사위, 서울구치소 현장검증 'CCTV 등 열람' / 뉴스1


"나는 기결수 아닌 무죄추정 받는 미결수"


일주일 후인 지난달 7일, 특검은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습니다.


약 55분 분량의 CCTV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1차 때보다 더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1차 집행 때는 수의를 입고 있다가 탈의했지만, 2차 집행 때는 처음부터 속옷 차림으로 양반다리를 하고 성경을 읽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교도관이 체포영장을 읽었지만 쳐다보지 않았다. 방에 빈 종이상자가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아니,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내가 거부하는데 어떻게 집행하는 겁니까? 강제력 행사 못 하게 돼 있다"고 항의했습니다.


이에 특검팀이 "옷 좀 입으시라. 지난번처럼 언론 보도 될 수 있으니 옷 좀 입고 얘기하자. 대통령이었던 분의 이런 모습은 후배 보기에도 안 좋다"고 권유했지만, '변호사를 만나게 해 달라'는 윤 전 대통령과 '일단 옷 입고 나오라'는 특검팀의 실랑이가 계속됐습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바지와 수의 상의를 착용하고 스스로 방에서 나왔지만, 호송차로 이동하려는 상황을 알아채고 "내 몸에 손대지 마세요, 여러분들은 할 수 없잖아"라며 이동을 거부했습니다.


인사이트김용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1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현장검증을 마치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9.1 / 뉴스1


결국 윤 전 대통령과 변호사는 서울구치소 출정과장 집무실에서 만났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변호사에게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한 "최순실 이야기를 하는데, 최순실도 스스로 (구치소에서) 나왔다"며 "특검의 기소 대행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고 있었는데, 후배 검사들이 (기소)하기에 봐줬더니…"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교도관들이 변호사들에게 퇴장을 요청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사는 "판례에 따라 영장 집행 중이라도 접견 중 체포하면 위법"이라고 항의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나는 기결수가 아닙니다. 무죄 추정을 받는 미결수입니다!"라고 외쳤습니다.


이때 특검보가 스피커폰 통화로 직원들에게 "물리력 행사하라. 팔짱 끼고..."라고 지시했는데요.


의원실에 따르면 교도관들이 체포 집행을 다시 시도하자, 윤 전 대통령은 의자 다리를 붙잡고 버티며 "하지 마라"고 소리쳤고, 변호사들도 일어나 항의했다고 합니다.


교도관들이 윤 전 대통령을 의자째로 옮기려 시도하자, 윤 전 대통령은 양손을 맞잡고 의자에 몸을 밀착했습니다.


의원실 관계자는 KBS에 "교도관들은 시늉만 하고 그만뒀다"며 "특검보 지시로 (영장) 집행이 일시 중단됐고, 10분간 변호인을 접견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후 윤 전 대통령이 '공직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한테 이런 것 시켜서 되겠느냐'고 했다"며 "특검보는 전화로 '특검보' 교도관 입장시켜서 양팔 붙잡고 다치지 않게 집행'하라고 다시 지시했고, 교도관들이 의자째 들어 옮기다가 1m 못 가서 그만뒀다"고 전했습니다.


인사이트박형수 간사를 비롯한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독선적 법사위 운영에 반발해 추미애 법사위원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2025.9.1 / 뉴스1


윤 전 대통령은 이후 벽을 보고 앉았습니다.


특검보가 다시 "지금 몇 명 있습니까? 10명이 1명을 못 들어냅니까? 3미터씩이라도 데려오세요"라고 지시하자, 윤 전 대통령은 "내가 검사를 27년 했는데, 합법이면 자발적으로 안 나가겠어요?"라고 반문했습니다.


또한 변호사는 "수용자 몸에 손댄 것은 건국 해방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라고 항의했습니다.


"물리력 행사로 다쳤다는 주장은 거짓"


영상을 열람한 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KBS에 "(윤 전 대통령이) '내가 거부하면 (영장이) 집행 안 될 거라는 취지로 말해서 충격을 받았다"며 "자기가 검사였고, 검찰총장이었고, 대통령이었는데 체포영장을 거부하면 집행이 안 되는 거라고 어떤 대한민국 국민이 말할 수 있느냐. 너무나 참담했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종합적으로 특검의 영장 집행 과정에는 불법이 없었다고 보이며, 오히려 윤석열 측에서 집요하고 반복적으로 정당한 법 집행을 방해하고 이에 저항하는 모습만 고스란히 담겨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사위 여당 의원들은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한 '물리력 행사로 다쳤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의자를 밖으로 끌어당기는 정도의 행위만 있었을 뿐, 과도한 물리력 행사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입장문을 통해 "전직 대통령 망신 주기"라고 반발하며, "교정시설 내부 CCTV 영상은 비공개 원칙이 적용되고 있음에도 특혜 제공 및 수사방해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시청하고 공개한다는 것은 관련 법률의 취지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