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4일(일)

"이젠 가짜 사람과 경쟁하나"... 보그 광고에 AI 모델 등장

AI 모델, 보그 패션 광고에 등장해 논란


패션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보그(Vogue) 미국판 2025년 8월호에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가상 모델이 광고 모델로 등장하면서 패션계와 소비자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CNN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의류 브랜드 게스(Guess)는 최신 광고 캠페인에 AI로 생성된 모델을 기용했습니다.


해당 광고는 금발의 백인 여성 모델이 줄무늬 원피스를 입고 가방을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담고 있으며, 광고 하단에 작은 글씨로 AI 모델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132123325.3.jpgAI 모델 세라핀 발로라 / 보그


패션 산업의 AI 혁신과 논란&


이 광고가 공개되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특히 패션 업계가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점에서 실존하지 않는 AI 모델을 대형 패션 잡지에 등장시킨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한 틱톡 사용자는 "이젠 실존하지도 않는 사람과 비교해야 하냐"라는 댓글을 남겼고, 이 댓글은 6만70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며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보그와 게스에 대한 불매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그 측은 "AI 모델이 본지의 편집 기사에 등장한 적은 없다"라고 해명했지만, 2023년 보그 싱가포르는 이미 AI로 만든 아바타를 표지에 활용한 바 있습니다.


게스 측은 CNN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132123327.3.jpgAI 모델 세라핀 발로라 / 보그


광고를 제작한 AI 마케팅 회사 세라핀 발로라의 공동 창립자인 발렌티나 곤잘레스와 안드레아 페트레스쿠는 이번 논란이 과장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페트레스쿠는 "우리는 여전히 실제 모델도 고용하고 있다"며 "AI 이미지는 실존 모델의 포즈와 의상 핏을 기반으로 생성된다"고 설명했습니다.


AI 모델의 제작 과정과 산업적 영향


이번 게스 캠페인은 공동 창업자 폴 마르시아노가 여러 AI 시안 중 금발 모델 '비비안'과 흑발 모델 '아나스타샤'를 선택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 중 비비안이 광고에 등장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274155_281117_2120.jpgCNN


제작 과정에서는 실제 모델이 게스 의상을 입고 촬영에 참여했으며,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이미지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페트레스쿠는 "AI를 활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브랜드 입장에서는 효율적"이라며 "세라핀 발로라 역시 예산이 부족했던 시절, 자체 제작한 AI 모델을 활용한 콘텐츠로 높은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AI 모델은 이미 게스뿐만 아니라 망고(Mango), 리바이스(Levi's) 등 여러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서도 도입되고 있습니다. 망고는 10대 대상 의류 광고에 AI 모델을 활용했으며, 리바이스는 다양한 체형과 피부색을 반영하기 위해 AI 모델을 실험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패션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모델 산업뿐만 아니라 사진작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패션 생태계 전반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AI 모델이 대체로 백인 중심의 미적 기준을 따르고 있어 패션계의 다양성 확대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페트레스쿠는 "기술적 제약은 없으며, 클라이언트의 요청과 대중의 반응을 반영해 제작했을 뿐"이라며 "사람들이 어떤 이미지에 반응하는지 실험한 결과"라고 해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