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4일(일)

"남자가 무슨 양산을 써" 조롱하면 옛날 사람... 유행 조짐 보이는 '삿갓 양산'

한때 조롱받던 '쓰는 양산', 이제는 인기 아이템으로 부상


한때 "촌스럽다"는 혹평을 받았던 '머리에 쓰는 양산'이 최근 일본에서 폭염 대비 필수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19년,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두고 도쿄도가 선보인 '삿갓형 양산'은 당시 많은 조롱을 받았지만, 최근 폭염이 지속되면서 그 실용성이 재평가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두고 지난 2019년 일본 도쿄도가 공개한 ‘삿갓형 양산’. TV아사히 보도화면 캡처TV아사히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소개했던 이 제품은 99.99% 자외선(UV) 차단 및 차열 기능을 갖춘 소재로 제작되었으며, 지름 약 60cm, 무게 180g으로 안쪽에 부착된 벨트로 머리에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제작된 이 양산은 당시 "햇빛 차단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었습니다.


SNS에서 화제가 된 '쓰는 양산'의 인기 급상승


그러나 최근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이달 1일 나가노현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이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머리에 양산을 쓰고 등교하는 모습을 엑스(X)에 공유했는데, 이 게시물이 28일 기준 약 2567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여성은 "지난 6월 더운 날씨가 이어지던 어느 날 아들이 친구의 양산을 같이 쓰고 하교하면서 '양산이 갖고 싶다'고 말했다"며 "접이식 양산은 사용이 복잡해서 걱정돼 '(머리에) 쓰는 양산'도 있다고 보여줬더니 '그게 갖고 싶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달 1일 나가노현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은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 아들(8세)이 삿갓형 양산을 쓰고 등교하는 뒷모습을 찍어 엑스(X)에 올렸다. 이 게시글은 28일 기준 약...X 'エビふらい'


실제로 이 양산을 사용한 아이는 "머리 쪽 바람이 잘 통해서 시원했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귀엽다", "양손이 자유로우니까 안심된다", "이거 유행했으면 좋겠다. 다 함께 쓰자"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의 '엄브렐로' 시리즈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2017년 출시된 이 시리즈는 정수리 전체를 넓게 덮으면서도 머리와 모자 사이에 공간이 있어 통풍이 잘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천연 풀 소재로 만든 '필드 엄브렐로'(약 7만 2000원)와 자외선 90% 차단 소재로 접을 수 있는 '크러셔블 엄브렐로'(약 5만 9000원) 등이 있으며, 필드 엄브렐로는 7월 초에 이미 완판되어 가을 이후에야 재입고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몽벨의 ‘엄브렐로’ 시리즈 제품인 ‘필드 엄브렐로’. 몽벨 홈페이지 캡처몽벨 홈페이지


열사병 예방에 효과적인 '쓰는 양산'의 의학적 가치


머리에 쓰는 양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때 조롱의 대상이 됐던 도쿄도의 삿갓형 양산도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SNS에서는 "이 양산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온 듯하다", "사실 엄청 유능한 물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쿄도는 이 양산을 현재도 스포츠 대회나 올림픽 관련 기념행사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 및 직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일반 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급의학 전문가이자 임상교육개발추진기구 이사인 미야케 야스후미 의사는 '쓰는 양산'의 열사병 예방 효과를 인정하며 "열사병 중에서도 중증 사례는 뇌 후유증이 큰 문제가 된다"며 "머리를 더위로부터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햇볕 차단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몸통까지 가리를 양산"이라며 "그다음은 모자인데, 캡보다는 밀짚모자가 더 좋다. 쓰는 양산은 밀짚모자와 양산의 중간쯤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두고 지난 2019년 일본 도쿄도가 공개한 ‘삿갓형 양산’을 일본 아나운서가 체험해 보고 있다. TV아사히 캡처TV아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