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4일(일)

또 이 바나나... 87억짜리 작품, 박물관 관람객이 '꿀꺽'

87억 원짜리 바나나 작품, 관람객이 '한입' 베어 물어


프랑스 파리의 유명 박물관에서 한 관람객이 '실수로' 87억 원 상당의 예술작품을 먹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24 등 현지 언론은 "지난주 퐁피두 센터 메츠 분관을 방문한 한 관람객이 마우리치오 카텔란 작가의 악명높은 작품을 물어뜯었다가 보안 요원의 신속한 제지를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작품은 이탈리아 출신 현대미술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으로, 단순히 바나나를 폭이 넓은 테이프로 벽에 붙인 형태의 설치 미술입니다.


이 작품은 일상적이고 소멸 가능한 오브제를 통해 '예술의 영원성' 개념에 도전하고 풍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카텔란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바나나는 국제무역의 상징이자 유머러스함, 비합리성의 상징"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특히 이 바나나 작품은 지난해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620만 달러(한화 약 86억 4000만 원)라는 천문학적인 가격에 낙찰되어 현대 미술계에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반복되는 '바나나 먹기' 퍼포먼스와 예술계의 반응


지난 주말 퐁피두 센터를 찾은 관람객은 전시 관람 중 배가 고파 벽에 붙어 있던 바나나를 떼어내 한 입 베어 물었고, 이를 본 보안 요원이 즉시 달려와 제지했습니다.


박물관 측은 신속하게 대응하여 단 몇 분 만에 새 바나나를 가져와 작품을 복원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카텔란 작가는 "관람객이 바나나의 껍질과 테이프를 함께 먹진 않고 과일만 먹었다. 상당히 실망스럽다"라는 다소 의외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2019년 '코미디언'을 훼손한 행위 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 / KBS 2019년 '코미디언'을 훼손한 행위 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 / KBS 


사실 이 작품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먹는 퍼포먼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2019년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는 한 행위예술가가 관람객들 앞에서 바나나를 떼어 먹었고, 2023년 서울 리움미술관 전시에서도 서울대생이 바나나를 먹어버리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두 경우 모두 바나나는 새것으로 교체되었고, 작가와 미술관 측은 이를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난해 중국 태생의 암호화폐 창립자 저스틴 선이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620만 달러에 이 작품을 낙찰받은 후, 전 세계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바나나를 직접 먹어치우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점입니다.


현대 미술의 가치와 자본에 대한 논쟁


이 작품은 평범한 바나나를 평범한 테이프로 벽에 붙여놓은 것으로, 언뜻 보면 일상적인 오브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바나나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상하기 때문에 카텔란 작가의 지시에 따라 정기적으로 교체됩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코미디언' / 사진 제공 = 리움미술관마우리치오 카텔란 '코미디언' / 사진 제공 = 리움미술관


이처럼 값싼 바나나가 수십억 원 단위의 예술로 거래됨에 따라, 예술계에서는 예술의 본질과 가격, 자본과 소비문화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바나나를 벽에 붙이면 예술이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뉴욕포스트는 "2019년 당시 '코미디언'의 경매 가격은 12만 달러에 불과했다. 현재는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면서 "이는 예술 시장의 물가가 폭등했고 예술계가 미쳤다는 증거"라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카텔란 작가가 2024년 소더비 경매에 내놓은 작품 '코미디언'의 바나나는 뉴욕 맨해튼 과일가게에서 약 500원에 구입된 저렴한 과일이었습니다. 이 작품을 구매한 사람은 바나나, 덕트 테이프, 바나나 교체 안내서, 그리고 진품 인증서를 함께 받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