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4일(일)

토마토 '비명' 들은 나방, 알 낳는 것 포기... "식물 소리에 동물 반응 첫 확인"

식물의 '비명'에 반응하는 동물들, 최초 확인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내는 소리에 동물이 반응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처음 입증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 15일(현지 시간) 영국 BBC 방송은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토마토가 내는 소리를 암컷 나방이 감지하고 해당 식물에 알을 낳지 않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tomatoes-5566741_1280.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ixabay


이 연구팀은 2년 전에도 식물이 건강하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특정 소리를 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식물들이 내는 이러한 '비명'은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많은 곤충과 박쥐, 일부 포유류는 이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식물과 동물 간의 소리 커뮤니케이션


텔아비브대학의 요시 요벨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식물이 내는 소리에 동물이 반응하는 것을 입증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현재로서는 추측 단계지만, 다양한 동물들이 식물에서 들리는 소리를 바탕으로 꽃가루 전달, 은신처 선택, 식물 섭취 여부 등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나방들이 식물의 외관이 아닌 소리에 반응한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철저히 통제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grid-tensioner-7339539_1280.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Pixabay


이를 통해 식물과 동물 간의 소리를 매개로 한 상호작용이 실제로 존재함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는데요.


앞으로 연구팀은 다양한 식물들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그리고 다른 생물종들도 이러한 소리를 바탕으로 행동 결정을 내리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텔아비브대학의 릴라흐 하다니 교수는 "식물들이 서로 정보를 전달해 갈수기에 물을 절약하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는 것도 흥미로운 연구 주제"라고 언급했습니다.


식물의 소리와 진화적 의미


하다니 교수는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존재는 다른 식물들"이라며 "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다만 연구진은 식물들이 의식을 가지고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식물이 처한 환경이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물리적 효과로 소리가 나는 것이며, 이런 소리를 감지할 수 있는 동물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다른 식물들에게도 이러한 정보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하다니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식물과 동물이 소리를 내고 듣는 능력을 함께 발달시키며 '공진화'해 온 증거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진화란 서로 다른 종이 상호작용하며 함께 진화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 획기적인 연구 결과는 오픈 액세스 학술지 'e라이프'(eLife)에 지난해 12월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