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21일(수)

'90세'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 5·18 민주묘지 참배... "광주 영령들께 죄송"

김옥숙 여사, 5·18 민주묘지 첫 참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90) 여사가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고인이 된 남편을 대신해 사죄의 뜻을 전했다.


지난 19일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김 여사는 이날 5·18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인사이트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내 김옥숙씨가 19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참배하고 있다. 이날 김 여사의 참배에는 아들인 노재헌 재단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함께했다. 2025.5.19 / 뉴스1


1997년 국립 5·18 민주묘지가 조성된 이후 김 여사의 첫 방문으로,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아들 노재헌(60) 동아시아 문화센터 원장과 일부 수행원과 함께 묘지를 찾은 김 여사는 휠체어를 탄 채 참배단에 분향했으며, 방명록에 "광주 5·18 영령들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또 감사합니다. 과거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나름 노력하였으나 부족한 점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원히 대한민국의 앞날을 굽어살펴 주시길 빕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김 여사를 대신해 아들 노 원장이 방명록을 대필했다.


인사이트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내 김옥숙씨가 19일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구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이날 김 여사의 참배에는 아들인 노재헌 재단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함께했다. 2025.5.19 / 뉴스1


"금년이 마지막 5월이 될지도"... 건강 악화에도 이뤄진 참배


김 여사는 건강 문제로 기자들의 질문에도 직접 답변하지 못했다.


노 원장은 "건강 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서 금년이 마지막 5월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리해서 모시고 왔다"고 참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어머니 본인이 꼭 한번 와보고 싶다는 말씀을 항상 피력하셨다. 1988년에 (망월동 묘역에) 처음 오신 이후에 꼭 한번 오시고 싶어 하셨는데 여의치 못하셨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내 김옥숙씨가 19일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구묘역) 이한열 열사 묘소에 놓은 꽃. 2025.5.19 / 뉴스1


이날 김 여사는 국립 5·18 민주묘지 참배에 앞서 5·18 구묘역으로 불리는 망월동 묘역도 찾아 고(故) 이한열 열사의 묘소를 참배했다.


1988년 2월 25일 노 전 대통령 취임식 후 광주를 찾아 이 열사의 묘소를 참배한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으나, 5·18 당시 계엄군 투입 결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인해 광주 시민들의 완전한 용서를 받지는 못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 26일 88세로 별세했으며, 5·18 관련 사과와 보상 문제에 대해 생전에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노재헌 원장은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여러 차례 5·18묘지를 참배해왔으며, 이번에는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뜻을 받들어 동행했다.


인사이트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내 김옥숙 씨가 19일 국립 5·18민주묘지에 전달한 방명록. 2025.5.19 / 뉴스1


노 원장은 참배를 마친 후 "어머니께서 '생을 마감하기 전에 다시 한번 참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셨다. 가족들이 건강상 이유로 만류하다가 올해가 마지막 5월이 될 수도 있어서 무리인 줄 알면서도 모시고 왔다"라고 전했다.


이어 "평소 부모님께서 5·18을 어떻게 생각하셨는지는 한 번의 행동으로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오월 영령의 희생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리고 죄송하다"고 했다.


이날 참배는 5·18묘지 관리사무소에 미리 일정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진행됐으며, 김 여사는 노 원장과 일부 수행원만 동행한 채 참배를 마친 후 서울로 돌아갔다.


김 여사의 이번 참배는 5·18 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과거 상처의 치유와 화해의 의미를 담고 있어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고령과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이번 방문은 역사적 화해와 용서를 향한 의미 있는 발걸음으로 평가받고 있다.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