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주년 5·18 전야제, 2만 시민의 민주주의 축제
45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가 열린 17일, 시민군 최후의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일대가 2만명의 인파로 가득 메워졌다.
전야제를 찾은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축제를 즐기면서도 현시대를 위해 희생한 오월영령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함께했다.
올해 전야제는 참가자들에게 여느 때와는 다른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뉴스1 보도에 광주 동구에 거주하는 김병진 씨(58)는 "오월은 아픔과 희망을 함께 담고 있다"며 "오월의 아픔이 민주주의의 토대가 됐고, 대한민국이 더 발전하는 초석을 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0년 5월 광주의 현장에 있었던 김 모씨(70·여)는 오월을 묻는 질문에 눈물부터 쏟아냈다.
그는 "5·18 당시에도 도청에 가서 주먹밥을 나눠주고 그랬다. 계엄이 너무 잘못됐다는 생각에, 학생들이 배고플 거라는 생각에 주먹밥을 차에 실어주고 그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전야제에 매번 참석하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현세대가 이번 계엄을 잘 이겨내고 계엄의 아픔을 겪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전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등 노동단체들이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리는 5.18민주화운동 46주기 전야제 민주평화대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2025.5.17/뉴스1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5·18 정신
70대 중반인 이현규 씨는 "날씨 좋은 5월이면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면서도 "한강 작가가 오월의 슬픔을 풀어낸 글로 노벨문학상을 탔다. 이게 엄청난 위안이 됐다. 올해의 오월은 그래서 더 특별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같은 70대인 조벽호 씨는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다. 45년 전 오월 광주는 수없이 죽었다. 그런데 이번 윤석열 계엄은 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며 "날씨도 어제까지 비 오다가 오늘 개는 게 기분이 좋지 않느냐. 시원한 5월이다. 시민들이 마음껏 즐겼으면 한다"고 흥겨워했다.
젊은 세대에게 5·18은 살아있는 교과서다. 40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5·18 전야제를 찾은 임진 양(16)은 "학교에서 수업 받은 희생자분들의 헌신을 배워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이번에 국회가 점령되지 않은 것 같다. 살아 있는 역사를 잘 배우고 느껴서 그 정신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전야제를 찾은 대학생 이지우 씨(23)는 "오월은 민주주의의 이정표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그는 "올해 오월이 끝나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국민들이 소중한 한표를 제대로 된 후보자에게 행사해 다시는 계엄과 오월의 아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5·18민주화운동 45주기 전야제가 열려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5.17/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