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21일(토)

커피 때문인 줄 알았는데... 카페인 없는데도 수면 장애 일으키는 '이것'

플라스틱이 수면 장애를 일으키는 메커니즘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이 커피와 유사한 방식으로 신체의 생체 리듬을 방해해 수면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노르웨이 과학기술연구소 연구진은 학술지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 게재한 논문에서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이 인체의 내부 시계를 조절하는 세포 신호를 최대 17분까지 교란시킨다고 밝혔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진에 따르면, 이러한 교란은 24시간 주기로 작동하는 인체의 자연스러운 수면·각성 주기를 방해해 수면 장애뿐만 아니라 당뇨병, 면역 체계 이상 등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실험실 환경에서 인간 세포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폴리염화비닐(PVC)로 제작된 의료용 음식물 공급 튜브와 폴리우레탄(PU) 소재의 수분 공급 파우치에서 추출한 화학 물질을 시험관 내에서 실험했다.


일상 속 플라스틱의 위험성


PVC는 대표적인 범용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건축 자재인 파이프와 바닥 장판부터 고무대야, 전선 피복, 여름용 장화, 장난감, 의류용 합성피혁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또한 열경화성 수지인 PU는 수영복과 속옷 등에 사용되는 '스판덱스' 원단의 주요 성분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실험 결과,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은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신호 전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데노신 수용체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데노신 수용체는 "해가 뜨고 있다. 하루를 시작하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플라스틱 화학물질은 이 수용체를 활성화해 메시지 전달을 차단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생체 리듬의 흐름을 지연시킨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커피와 유사한 작용 메커니즘


이러한 작용 방식은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이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해 자연스러운 아데노신의 작용을 방해하여 각성 상태를 유발하는 것과 유사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의 저자인 마틴 바그너 박사는 "플라스틱의 화학 물질은 카페인만큼 강력하지는 않지만, 호르몬보다 세포에 미치는 영향이 더 빨리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바그너 박사는 또한 "이번 연구는 플라스틱에 다양한 독성 효과를 유발하는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여러 증거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 제품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 연구는 플라스틱이 수면 장애와 같은 구체적인 건강 문제와 연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대체재를 개발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