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14일(수)

유연할 수록 위험하다?... 폐 질환 걸릴 위험 확인할 수 있는 '손가락 테스트'

과도한 관절 유연성, 단순한 재주가 아닌 건강 위험 신호일 수 있어


팔과 무릎이 과하게 꺾이고, 다리를 뻗은 상태로 허리를 숙였을 때 손바닥이 바닥에 쉽게 닿는다면 단순한 '유연함'으로 넘길 일이 아닐 수 있다. 이러한 초유연 관절은 '엘러스-단로스 증후군(EDS)'이라는 유전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EDS는 콜라겐을 비롯한 체내 결합조직의 기능 이상으로 생기는 드문 유전 질환이다. 전 세계 인구 약 5천 명 중 1명꼴로 나타나며, 배우 자밀라 자밀과 가수 시아도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질환이 단순히 관절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에 따르면 EDS는 폐와 기도를 지지하는 결합조직까지 약화시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손상·파열·심지어는 폐의 '붕괴'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호흡기 건강과 EDS의 밀접한 관계


흉곽 구조 자체에 변형이 생기기도 해 숨을 깊게 들이쉬기 어렵고, 이로 인해 숨이 차거나 기침, 쌕쌕거림, 흉통까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면 무호흡증이나 마치 천식처럼 들리는 호흡곤란 증상도 흔하다.


영국 EDS 전문가 지니 디 본(Jeannie Di Bon)은 뉴스위크(Newsweek)와의 인터뷰에서 "EDS 환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신 채 오래 참는 '숨 멈추기' 호흡 패턴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몸에 안정성이 부족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숨을 멈추며 스스로를 지탱하려는 방식이 생긴다는 것.


문제는 이렇게 비활성 상태로 남는 폐의 하부가 세균에 취약해지면서, 코로나19나 폐렴 같은 호흡기 질환에 더 쉽게 노출되고, 회복도 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자가 진단과 전문가 상담의 중요성


하이퍼모빌리티 코치 테일러 골드버그는 "아직 연구는 부족하지만, 임상 현장에서 EDS 환자들이 감염 후 회복이 느린 경향이 많다"고 밝혔다.


EDS는 총 13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형태마다 증상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관절 과운동성(과하게 꺾이는 관절)은 대부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관절이 비정상적으로 유연한 사람들을 평가할 때는 전 세계적으로 '베이튼 점수(Beighton Score)'라는 기준이 널리 사용된다. 총 9점 만점으로 구성된 이 검사법은 손가락, 팔꿈치, 무릎, 척추 등 다섯 부위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관절 과운동성(hypermobility)을 판단한다.


검사는 다음과 같은 동작들로 구성된다. 먼저 양쪽 새끼손가락을 손등이 위로 가도록 평평한 바닥에 대고 뒤로 젖혀봤을 때, 각 손가락이 90도 이상 꺾이면 각각 1점씩, 총 2점이 부여된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엄지손가락은 팔을 앞으로 쭉 뻗고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도록 한 뒤, 손목을 아래로 꺾어 엄지가 팔뚝에 닿는지 확인한다. 닿을 경우 양쪽 각각 1점씩, 총 2점이다.


팔꿈치는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고 팔을 앞으로 뻗었을 때, 10도 이상 뒤로 휘는 경우 한쪽당 1점씩, 무릎도 같은 방식으로 서서 무릎을 완전히 편 상태에서 10도 이상 뒤로 꺾이면 1점씩 더해진다.


마지막으로,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상체를 숙여 손바닥을 바닥에 완전히 붙일 수 있다면 1점을 추가한다.


이 다섯 가지 동작 중 가능한 동작마다 점수를 더해 총점을 계산하며, 9점 만점 기준 5점 이상(50세 이상 성인은 4점 이상, 사춘기 전 아동은 6점 이상)이면 관절 과운동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물론 이 점수만으로 EDS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의사 상담의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