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한의원 앞 '텐트 오픈런' 현상, 난임 부부들의 간절한 소망
지난해 5월 경주의 한 한의원 앞에서 펼쳐진 '텐트 오픈런' 현상이 최근 진태현, 박시은 부부의 경험기로 방송에 나오며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난임으로 고통받는 부부들이 새벽 3시부터 텐트를 치고 진료를 기다리는 진풍경은 저출산 시대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
SBS '동상이몽2 – 너는 내 운명'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공유된 영상에는 경주의 한 한의원 앞에 20여 개의 텐트가 줄지어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한의원은 난임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부부들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원장은 환자들 사이에서 '삼신할배'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신뢰를 얻고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난임 부부들의 간절함이 만든 특별한 풍경
한의원 앞에는 "인터넷 글처럼 번호표 없고 30팀 접수 아니다. 전날 또는 새벽에 의자나 소지품 등으로 줄 서는 순서 인정 안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음을 보여준다.
국내 난임 부부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난임 진단을 받은 부부는 약 23만 쌍으로, 5년 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러한 상황에서 한의학적 접근법을 찾는 부부들이 늘고 있으며, 특히 효과가 입증된 곳으로 소문난 한의원에는 이처럼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유명인의 경험담이 더해진 화제성
영화감독 장항준은 지난해 2월 건축가 유현준의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에서 이 한의원 방문 후기를 전한 바 있다.
그는 "아침 일찍 갔는데 줄을 엄청 섰다. 우리 차례가 돼서 들어갔더니 석 달 치 약을 주더라"며 "두 달 치만 먹고 한 첩은 혹시 애가 안 생기면 그때 먹고, 애가 생기면 그 한 첩을 경주로 다시 택배 보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YouTube '셜록현준'
장항준이 "세 첩을 다 먹었는데도 애가 안 생기면 어떡하냐"고 의심하자, 한의원 직원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그럴 일은 없습니다"라고 단언했다고 전해졌다. 이러한 유명인의 경험담은 해당 한의원의 명성을 더욱 높이는 데 일조했다.
의학적 효과와 심리적 요인의 복합 작용
난임 치료에 있어 한의학적 접근법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한약 치료가 난임 여성의 배란과 자궁 내막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반면 서양의학계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 김석현 교수는 "난임 치료에 있어 심리적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치료에 대한 강한 믿음과 긍정적 기대감이 실제 임신 성공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한의원을 방문한 후 임신에 성공했다는 후기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나 아는 분도 저기 가서 약 먹고 바로 임신했다", "친구 아는 분이 경주에 유명한 곳에서 약 지어 먹고 아기 가졌다던데 저기인가", "저기 진짜 유명한 곳이다. 아는 분은 갔는데 둘 다 여기 올 필요 없는데 왜 왔냐는 소리 듣고 그다음 달 자연임신 됐다" 등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는 가운데, 아이를 갖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난임 부부들의 간절함은 이처럼 특별한 사회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주 한의원의 '텐트 오픈런'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현대 한국 사회의 난임 문제와 그에 대한 대응 방식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