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카르텔 실체 드러나... 현직 교사 72명 포함 100명 검찰 송치
수능 문제를 만들어 수천만 원을 챙기고, 그 문제를 내신에 그대로 출제한 교사까지, 공교육의 신뢰를 뿌리째 흔든 '사교육 카르텔'이 드러났다.
1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받는 100명이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이 중 현직 교사가 7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학원 강사 11명, 학원 대표 등 직원 9명,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대학교 입학사정관, 교수 등 5명이 포함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들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수능 관련 문항을 제작하고 판매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직 교사들은 사교육 업체와 강사 등에게 한 문제당 10~50만원, 20~30문제가 포함된 1세트당 200~1500만원의 금액을 받고 문제를 판매했다.
47명의 현직 교사가 문제 판매로 벌어들인 금액은 총 48억6000만원에 달한다.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교사는 2억6000여만원을 챙겼고, 문제 구매에 가장 많은 돈을 쓴 강사는 5억5000만원가량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교사들의 조직적 문제 유출과 내신 시험 출제 비리
수사 결과, 수능 문제를 출제하고 검토한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팀도 있었다.
이들은 8명의 문항제작팀과 아르바이트 목적으로 참여한 대학생 9명으로 구성된 문항검토팀을 운영하며 2946개의 문제를 사교육업체와 강사 등에게 판매해 총 6억2000여만원을 수수했다.
일부 교사들은 수사기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차명 계좌를 이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교육업체에 판매한 문제를 내신 시험에 그대로 출제한 교사들의 사례다.
현직교사 A씨 등 5명은 자신이 가르치던 고등학교 내신 시험에 과거 자신이 사교육업체에 판매한 문제를 출제했다. 이들은 최대 3년간 6~14개의 문제를 내신시험에 출제하며 공정해야 할 내신시험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대학 입학사정관과 모의고사 검토위원까지 가담
사교육 카르텔은 현직 교사를 넘어 대학 입학사정관까지 확대됐다. 지방의 한 사립대 입학사정관 B씨는 사교육업체에 다니는 고3 수강생 8명의 자기소개서를 지도하고 업체로부터 310만원을 수수했다. 또한 6월과 9월 모의고사 검토위원으로 활동한 현직 교사가 출제될 문제를 약간 변형해 사교육업체에 판매해 수억원을 벌어들인 사례도 적발됐다.
경찰은 유명 대형학원 법인 3곳의 부정 행위도 확인했다. 대부분의 강사는 개인적으로 교사들과 거래했지만, 일부 대형 학원에서는 대표가 직접 교사를 섭외하는 등 알선을 통해 가담한 정황도 드러났다.
다만 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됐던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은 사교육 카르텔이라고 볼만한 유착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출제 위원과 강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수사 과정에서 업무방해, 청탁금지법위반, 업무상배임교사 등의 혐의를 발견하고 관련자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