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하자 코끼리들이 보인 놀라운 방어 본능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사파리 파크에 사는 코끼리들이 지진 발생 순간 보인 놀라운 방어 본능이 화제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미국 LA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규모 5.2의 지진이 남부 캘리포니아를 강타했을 때, 은들룰라(Ndlula), 음웅가니(Umngani), 코시(Khosi) 등 성체 코끼리들은 즉각적으로 새끼 코끼리들을 보호하기 위한 '경계 서클'을 형성했다.
San Diego Zoo Safari Park
당시 촬영된 영상을 보면 다섯 마리의 코끼리들이 여유를 즐기다 갑자기 땅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하자 재빨리 널찍한 공터 쪽에 모여드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더니 곧 성체 코끼리들은 작은 새끼를 가운데에 두고 빙 둘러싸 원형을 만들었다.
녀석들은 머리를 원형 바깥쪽으로 두고 서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약 4분 후, 코끼리들은 위험이 지나갔다고 판단하고 원 밖으로 나왔지만 여전히 서로 가까이 붙어 있었다.
Elephants at San Diego Zoo Safari Park rushed to shield their young a 5.2 magnitude earthquake.
— Science girl (@gunsnrosesgirl3) April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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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코끼리, 생존 위해 '원' 만들어
동물원의 포유류 큐레이터 민디 올브라이트(Mindy Albright)에 따르면, 이 행동은 코끼리들이 야생에서 무리의 어린 개체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방어 메커니즘이다.
코끼리는 발로 진동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청각을 가지고 있어 위험 상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35세인 은들룰라와 음웅가니, 18세인 코시, 그리고 7세인 이복 남매 줄리와 음카야로 구성된 이 무리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줄리가 보였던 행동이었다.
올브라이트는 "줄리가 같은 나이의 음카야와 달리 경계 원의 중심이 아닌 보호자 중 한 명으로 외부에 위치하려 했다"며 "무리 내에서 사회적 책임이 진화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San Diego Zoo Safari Park
아프리카코끼리는 야생에서 60~70세까지 살 수 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이러한 보호적 가족 사회 구조를 통해 얻는 생존 이점 덕분이다.
야생에서 코끼리 무리는 포식자, 인간 또는 다른 코끼리들과의 충돌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경계 원을 형성한다.
이러한 방어 전략은 코끼리의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코끼리는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 울음소리를 사용해 서로 대화하며, 이 소리는 먼 거리를 이동하여 주변의 다른 코끼리에게 잠재적인 위험을 경고한다.
일반적으로 무리에서 가장 나이 많은 코끼리가 그룹의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아프리카코끼리 / Pexels
올브라이트는 2010년 규모 7.2의 바하 캘리포니아 지진 때도 사파리 파크의 코끼리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경계 서클을 형성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끼리는 매우 독특하다. 코끼리가 호감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인데, 이런 순간에 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끼리의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생존 본능을 넘어 복잡한 사회적 구조와 정서적 유대를 보여주는 사례로, 야생 동물의 지능과 사회성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동물들의 반응을 연구하는 것은 동물 행동학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지진은 현지 시각으로 이날 오전 10시 8쯤 샌디에이고 카운티 내륙 지역 줄리언의 남쪽 4㎞ 지점에서 발생했다. 진앙은 북위 33.043도, 서경 116.595도이며, 진원의 깊이는 13.4㎞다.
강한 진동이 193km 떨어진 로스앤젤레스까지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첫 지진 이후 인근에서 규모 2.5에서 3.0의 여진이 7차례 이어졌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