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 잃었지만...연기 속 반려견 6마리 구조한 사연
경남 산청에서 일주일째 이어지는 산불 속, 자신의 생명을 걸고 불길에 뛰어든 한 남성이 있었다. 목숨 걸고 구한 건, 다름 아닌 '가족'이 된 유기견 6마리였다.
지난 26일 JTBC는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에 거주하던 강현주 씨 부부의 사연을 보도했다.
강씨 부부는 이번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었다. 불씨가 바람을 타고 번지며 최초 발화 지점에서 직선 거리로 약 5km 떨어진 이 마을을 덮친 것이다.
YouTube 'JTBC News'
마을 밖에 있던 두 사람은 불길이 몰려오자 황급히 대피했지만 강씨의 남편은 말없이 집으로 다시 향했다. 집 안에 남겨진 반려견 6마리가 걱정됐기 때문이다.
이 강아지들은 모두 유기견 출신. 버려진 채 떠돌다 강씨 부부에게 구조된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을 또다시 불 속에 남겨둘 순 없었다.
강씨는 "남편이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집에 다시 갔다. 전화도 안 받았고, 두 번이나 오갔다"며 "남편까지 잃을까 봐 너무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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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남편은 단 두 번이 아니라 '세 번'이나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한 번에는 반려견 두 마리를, 또 한 번에는 세 마리를, 그리고 마지막에는 가장 겁 많고 숨어 있던 아이를 안고 나왔다.
강씨의 남편은 "연기가 몰아치고, 애들은 겁먹어서 내게 가까이도 안 오더라고요. 쫓아다니며 '오라고' 통사정했어요"라며 "자기 개가 죽는 것처럼 공포스러운 일이 어디 있냐"고 말했다.
딸들과 종종 꺼내보던 가족사진과 앨범은 사라졌지만 함께 살아남은 반려견이 이들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한편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인명피해는 사망 26명, 중상 8명, 경상 22명이다. 권역별로 보면 경북이 사망 22명, 중상 3명, 경상 16명 등 41명이다. 경남은 사망 4명, 중상 5명, 경상 4명 등 13명이었고 울산에서 경상자 2명이 발생했다.
주민 대피 인원은 이날 오전 5시 기준 3만 7185명이다. 의성·안동에서만 2만 9911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피했다가 귀가한 주민은 2만 485명,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은 1만 6700명으로 집계됐다.
피해 산림면적은 3만 6009ha로 집계됐다. 역대 최악으로 기록됐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면적 2만 3794ha를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