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07일(월)

"쓰러진 아내 두고 아들만 구했다"... 산불 생존자의 눈물

산불 참사 속 가족의 비극... "아내를 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6일 전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경남 산청과 하동, 울산 울주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이레째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 26명이 숨지고 30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인명 피해도 계속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북 영양군 산불 피해 현장에서 가족을 잃은 한 어르신의 절절한 증언이 전해졌다.


인사이트26일 오후 경북 영양군 석보면 답곡리 일대 민가들이 산불로 인해 불에 타있다. 2025.3.26/뉴스1


지난 26일 오후 경북 영양군 영양군민회관 대피소에서 남모 씨(75)는 눈물을 흘리며 뉴스1에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남씨는 "매캐한 연기가 계속 집 안으로 들어오는데 대문 쪽으로 못 나가 작은 창문을 통해 빠져나왔다"며 "연기를 많이 마신 아들과 아내가 거실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보다 덩치가 두 배나 큰 아들을 간신히 들쳐업고 작은 창문으로 빠져나왔다"며 "이러다간 모두 다 죽겠다 싶어 쓰러진 아내를 거실에 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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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아들(37)은 귀와 얼굴에 화상을 입었지만 어머니를 잃은 상황에 병원 갈 경황이 없어 약 바르고 반창고만 붙였다고 매체에 전했다.


아버지 남 씨는 "다른 사람 손에 이끌려 군민회관으로 왔는데 가래를 뱉으니 검은재가 섞여 나왔다"며 "언제 아내의 장례를 치를지 모르겠다"고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뉴스1뉴스1


지난 21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25일 태풍급 강풍을 타고 직선거리로 50여km 떨어진 영양군까지 번졌다. 


이로 인해 영양군 석보면에서만 주민 6명이 졸지에 목숨을 잃었다. 또 수많은 민가와 시설물이 전소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주민들과 시설 입소자들 2천여명이 산불을 피해 군민회관 등으로 대피한 상태다.


인사이트경북 의성 산불 확산으로 영양군에 대피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26일 오전 경북 영양군 영양읍 영양군민회관에 인근 주민들이 대피해 있다. 2025.3.26/뉴스1 


역대 최악 산불...26명 사망에 산림면적도 3만ha 넘어서


한편, 오전 5시 기준 진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대형 산불 지역은 모두 10곳으로 피해 산림면적은 3만6천9㏊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됐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면적 2만3천794ha를 1만ha 이상을 넘어선 것이다.


지역별 진화율을 보면 산청·하동 77%, 의성 54%, 안동 52%, 청송 77%, 울산 울주 온양 76%다. 의성에서 난 산불이 확산한 영덕은 10%, 영양도 18%에 그쳤다.


지난 25일 하늘을 뒤덮은 경북 의성 산불 연기 / 뉴스1지난 25일 하늘을 뒤덮은 경북 의성 산불 연기 / 뉴스1


이한경 중대본 차장(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중대본 회의에서 "산불이 시속 8∼10km 정도의 속도로 예상을 뛰어넘어 빠르게 확산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가운데 사망·중상자의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고령층으로, 신속한 대피가 어렵거나 대피 명령에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자체는 선제적 주민대피 체계가 작동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