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로 베트남 신부 다오 띠 타이 씨 가족 전 재산 잃어
경남·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유례없는 대규모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하면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미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 2만 3,794ha를 1만 ha 이상 넘어선 상황이다.
경북 청송군에 거주하는 베트남 출신 다오 띠 타이(Đào Thị Thái, 36) 씨의 가족도 전 재산을 잃는 피해를 입었다.
Znews
지난 26일(현지 시간) 베트남 매체 Znews는 다오 띠 타이 씨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타이 씨는 약 35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로, 청송에서 가족과 함께 농장을 일구며 한국 생활을 해왔다.
그는 한국의 농촌 생활을 공유하는 콘텐츠로 유명세를 얻었다. 13년간 한국인 남편과의 결혼 생활, 언어 공부, 농사일, 온라인 판매 등 타향살이의 여정을 담은 콘텐츠를 공유하며,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밝고 성실한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다.
타이 씨와 한국인 남편은 수년간의 노력으로 사과, 포도, 자두, 복숭아 등 다양한 과일과 쌀, 콩, 깨 등의 농작물을 재배하는 넓은 농장을 일궈왔다. 또한 꿀벌 사육과 주스 공장까지 운영하며 안정적인 삶을 꾸려왔다.
하지만 뜨거운 불길이 청송을 집어삼키면서 단 하루 만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Znews
타이 씨는 Znews와의 인터뷰에서 "집, 가구, 사과 정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불에 삼켜졌다"고 토로했다. 목이 멘 듯 울먹이는 그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는 "가족이라는 가장 소중한 자산만 남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 안전 확보했으나 남편은 농장 구하려다 부상
타이 씨는 현재 가족이 대피소에 도착해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았다고 전했다.
그는 "시어머니와 아이들은 다치지 않았고, 남편은 농장을 구하려다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편이 잿더미 옆에서 조용히 앉아있는 모습을 봤다. 남편은 몸에 난 상처보다 가슴이 더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서도 타이 씨는 강인함을 잃지 않았다.
타이 씨는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가족과 사랑이 있는 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경남 산청군, 울산 울주군, 경북 의성군, 경남 하동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상태다.
다오 띠 타이 씨와 시어머니 / Znews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7일 오후 2시 기준 인명피해는 사망 27명, 중상 8명, 경상 22명 등 총 57명으로 집계됐다.
타이씨가 거주하는 청송군에서는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1만 3,000명 이상이 긴급 대피해 많은 이재민들이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