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07일(월)

"큰엄마 용돈하라고 돈 쥐어주던 조카"... 산불 진화하러 나섰다가 결국, 유족들 오열했다

인사이트뉴스1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희생된 공무원과 진화대원들의 유족들이 깊은 슬픔에 잠겼다.


24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창녕군의 한 장례식장에는 경남 산청 산불로 사망한 진화대원과 공무원의 빈소가 차려졌다. 유족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산불로 희생된 창녕군 소속 공무원 A씨의 큰아버지는 창녕군청 관계자들을 향해 "하얗게 연기가 올라오는데 그 불길에다 애를 밀어넣는 놈들이 어디 있냐. 이제 30살이 된 그 조그만 애를 갖다가"라며 한탄했다.


A씨는 2021년 10월 창녕군의 산림 자원을 관리하는 녹지직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최근에는 경남도청 전입 시험을 치르고 오는 28일 결과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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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A씨가 세상을 떠난 그날은 그의 조카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당일 점심에 A씨의 가족들은 모두 함께 식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큰아버지는 "그날 점심이라도 같이 먹자고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더라"며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가족들끼리 하하 호호 웃었는데..."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A씨의 큰어머니는 지난 설날에 마지막으로 A씨를 만났다고 한다. 


당시 A씨는 큰어머니에게 용돈을 하라며 주머니에 10만원을 슬그머니 넣어줬다고 전했다. 그녀는 "바람만 약하게 불었으면...바람만..."이라며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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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조장이었던 B씨 역시 창녕군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B씨는 지역에서 '공짜 택시 기사'로 알려졌다.


어머니는 물론 마을의 노인들이 교통수단이 없어 읍내나 병원에 가지 못할 때면 앞장서서 그들을 태워다 주곤 했다. 


B씨의 한 후배는 "우리 동네 궂은일은 우리 형님이 다 하셨다"며 "우리 동네 큰 일꾼이 이렇게 덧없이 가버렸다"고 말하며 멍하니 영정을 바라보았다.


이날 오후 3시쯤부터 검안을 마친 희생자들의 시신이 산청군에서 창녕군으로 이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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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의 시신이 도착하자 장례사는 B씨의 딸에게 시신 상태가 좋지 않다며 얼굴을 볼지 물었고, 딸은 "그래도 아버지 얼굴을 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녀가 안치실에 들어서자 장례식장 1층은 그녀의 통곡 소리로 가득 찼다. 안치실에서 힘겹게 걸어나온 딸은 "우리 아빠가 왜 저런대...아아..."하며 비통한 심정을 표현했다.


휴게실에서는 B씨의 노모가 "우짤꼬, 우리 세상이 무너져서 우짤고"라며 발을 구르며 슬퍼했다. "우리 아 우예 보내노..."하며 연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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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진화대원 C씨의 유족들도 깊은 슬픔에 잠겼다. C씨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다는 마을 이장은 "우리 여초리에서 제일 근면성실한 사람"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C씨는 92세의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를 모시던 효자였다고 한다. 그의 여동생은 "사고 전날 오빠가 잘 다녀올테니 아버지 잘 모시고 있어라고 말한 게 마지막 인사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장은 "사고 당일 아침에도 같이 마늘밭에 물을 대주고 산청 산불에 지원을 나갔었다"며 "매일 살을 부대끼고 살던 우리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에 눈이 캄캄하다"며 깊은 슬픔을 드러냈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한 야산에서는 지난 21일 오후 3시 26분쯤 불이 시작돼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24일 오전 6시 기준 진화율은 전날 오후 9시와 같은 7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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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불로 화재 진화에 투입된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 4명과 공무원 1명이 숨지는 등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창녕군은 이날부터 나흘간 이들을 추모하는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 


이날 산청에는 최대 풍속 10~15m/s의 강풍이 불것으로 예고된 데다 건조주의보까지 발효돼 불길이 더 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림청은 이날 전날보다 4대 많은 36대의 헬기를 투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