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28일(금)

단돈 500원으로 시작해 건물 세워... 88세 할머니, 평생 일군 '40억 부동산' 기부

인사이트충남대


평생 일군 40억원 상당의 건물을 고향 학생들을 위해 기부한 할머니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9일 충남대는 부산 영도구 영선동에 거주 중인 윤근(88) 여사가 40억원 상당의 건물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윤 여사는 '김밥 할머니' 정심화(正心華·법명) 이복순 여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기부하게 됐다. 이 여사는 1990년 50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현금 1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윤 여사의 고향은 충남 청양군 장평면이다. 그는 농사꾼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 2명과 살았으나 3살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이후 아버지가 자녀 셋 있는 새어머니와 재혼했고, 가족이 늘어나면서 형편이 어려워지자 윤 여사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인사이트충남대


윤 여사가 13살이 되던 해에는 아버지마저 돌아가셨고 '남의집살이'까지 해야 했다. 이후 17살에 고향에서 중석(텅스텐) 광산 인부로 일하던 남편과 결혼했으나 형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윤 여사는 19살에 무작적 상경해 온갖 궂은일을 했다. 또래들은 대학에 다녔으나 윤 여사는 독학으로 배운 한글을 읽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하지만 서울 생활은 녹록지 않았고 윤 여사는 다시 고향 청양으로 내려와 옷 행상을 시작했으며 장사가 잘돼 5일장에 상점을 냈다.


기쁨도 잠시, 건강을 돌볼 겨를도 없었던 윤 여사는 세 차례의 유산을 겪는 아픔을 겪었고 남편은 새 아내를 맞았다. 윤 여사는 다시 서울로 돌아가 2500원짜리 사글세 흙집에 살며 행상, 과일 노점 등을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1970년 단돈 500원을 들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이 서울보다 일자리도 많고 따뜻해서 살기 나을 거라는 이웃의 조언을 들으면서다.


부산에서도 윤 여사는 가정집 가사 관리, 숙박업소 허드렛일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10년간 돈을 모은 끝에 부산 영도 남항 부근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2층짜리 '동남여관'(현 동남파크)을 인수했다.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당시 호황을 누리던 부산 경기와 함께 여관 사업은 날로 번창했고, 윤 여사는 1995년 같은 자리에 6층 규모의 새 건물을 지었다. 그렇게 윤 여사는 30년간 숙박업을 꾸려왔으며 현재도 여관 건물 맨 꼭대기 층에 거주 중이다.


윤 여사는 "타향살이하며 스스로 일궈 온 인생을 모두 보상받은 느낌이었다"며 "동남여관에는 저의 인생이 거의 모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35년 전 김밥 할머니가 충남대를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하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에 품고 있었던 일을 이제야 이룰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전했다.


충남대 김정겸 총장은 "윤 여사님의 인생은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는 역사 그 자체"라며 "뜻을 받들어 훌륭한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충남대 발전기금재단은 기부받은 부동산을 교육시설, 수련원 등으로 활용하는 다각도의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