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자 이슬비(29) 씨 /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결혼을 앞둔 20대 여성 이슬비 씨가 장기 기증을 통해 다섯 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7일 영남대병원에서 이슬비 씨(29)가 심장, 폐, 간, 좌우 신장을 기증한 후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슬비 씨는 설 하루 전날인 지난 1월 28일, 부모님을 뵙고자 고향으로 가던 중 차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슬비 씨의 가족은 그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할 수 없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선한 일을 하고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대구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슬비 씨는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유가족에 따르면, 그녀는 친구들과 여행하며 사진 찍기를 좋아했고, 집에서는 착하고 순수한 딸이었다.
또 내년 1월 남자친구와 결혼 날짜를 잡고 미래를 약속한 상태였다.
어릴 적부터 아이들을 좋아했던 슬비 씨는 선생님이 되는 꿈을 꾸었다. 아동학과를 졸업한 뒤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며 아이들이 다치거나 울 때 더 마음 아파하던 따뜻한 선생님이었다.
졸업 후에도 일을 쉰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하게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슬비 씨의 어머니 권영숙 씨는 편지를 통해 "내 딸 이슬비. 사랑한다. 이렇게 널 일찍 보낼 줄 모르고 '예쁘다. 이세상에서 최고의 딸이다'라는 말 못해줘서 미안해. 슬비 넌 엄마 인생에 기쁨이고 최고의 행복이였어. 언제까지나 항상 넌 엄마가슴에 살아있는 딸이야"라며 딸에게 못다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슬비야, 아픔 모두 훌훌 털고 훨훨 날아서 온세상 다 여행하면서 행복해야 해. 나중에 꼭 엄마랑 다시 만나자. 이세상에서 제일 이쁜 내딸. 이슬비.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이삼열 원장은 "다른 생명을 살리는 기증을 결심해 준 기증자 유가족의 숭고한 생명나눔에 감사드린다"며 "이러한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고 환하게 밝히는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