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묻지마 살인…유족, "가해자 엄벌해달라" 탄원
피의자 이지현 / 사진제공=충남경찰청
충남 서천에서 산책을 하던 40대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의 유족이 피의자 이지현(34)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지난 16일 대전지검에 ‘서천 묻지마 살인사건 가해자 엄벌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이 탄원서를 온라인에서도 공유해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으며, 해당 링크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되면서 동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족은 탄원서를 통해 "평범한 직장인이자 가족을 아끼던 제 아이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피의자의 칼날에 생을 마감했다"며 "이후 남겨진 가족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큰아이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세상을 떠났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 우리 가족은 이미 산산조각 났고, 삶을 이어갈 의욕조차 사라졌다"며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도 참혹하다"고 덧붙였다.
유족 "반성 없는 피의자, 철저히 처벌해야"
유족은 피의자가 반성은커녕 처벌을 피하려고만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피의자는 검거 직후 변호인을 선임해 지적장애와 우발 범행을 내세우며 불리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며 "유족에 대한 진정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엄벌 탄원서 / 온라인 커뮤니티
그는 또 "범행 당일 피의자의 행적을 보면,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며칠간 매일 1시간 이상 현장을 돌며 대상을 찾았고, 미리 준비한 흉기로 얼굴과 목, 복부 등 수십 차례 찔렀다"고 강조했다.
범행 후에도 피의자의 행동은 치밀했다. 피해자의 시신을 산책로 밖에 유기한 뒤 길가의 낡은 이불로 덮었고, 휴대전화는 멀리 떨어진 하수구에 버려 흔적을 감췄다.
유족은 "범행 직후에도 한동안 현장에 머물면서 지나가는 사람이 시신을 발견하는지 확인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며 "현장에 방범용 CCTV가 없다는 점까지 계산한 계획적 범죄"라고 주장했다.
경찰 "계획적 범행 정황 뚜렷…사이코패스 검사도 진행"
경찰은 지난 11일 이지현을 살인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13일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그는 지난 2일 오후 9시 45분쯤 서천군 사곡리 한 인도에서 마주친 4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초기 조사에서 이지현은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그가 사전에 흉기를 소지하고 피해자를 물색한 점, 메모장에 살해 계획을 적어둔 점 등을 들어 계획적 범죄로 결론지었다.
KBS
CCTV 분석 결과, 이지현은 범행 직전 남성 행인을 뒤따르다 실패한 뒤 방향을 틀어 피해자를 공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휴대전화에서는 "세상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사람들을 죽이겠다"는 등의 글이 적힌 메모도 발견됐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경제적 문제로 보고 있다. 이지현은 가상자산(비트코인) 투자 사기로 수천만 원의 피해를 본 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최근 사기를 당해 돈을 다 잃었다.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가 컸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의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진행했으나, 일부 진술을 거부하는 등 방어적인 태도를 보여 '진단 불가능' 판정을 받았다.
유족 "무기징역 이상 처벌해야"
피해자의 아버지는 "우리 가족의 시간은 사건이 발생한 순간에 멈춰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생명의 가치를 모르는 이 잔인한 가해자에게 법정 최고형 이상의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가해자가 다시는 사회에 나오지 않도록 법이 엄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이런 비극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