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거리'에서 노숙 하는 앤더스 펀스테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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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을 곳이 없어 빈 집 현관문 앞에서 노숙을 하는 한 남성.
흰 수염을 길게 기른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값비싼 옷들을 걸치고 고급스러운 음식을 즐긴다. 노숙을 하면서도 호화 생활을 하는 그의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런던에서 가장 비싼 주택가로 알려진 러틀랜드 게이트(Rutland Gate)에서 노숙 생활을 하는 앤더스 펀스테트(Anders Fernstedt)다.
SNS에서 그의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펀스테트는 더 타임스, 데일리메일 등 현지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해리스 트위드재킷에 바버 슈즈, 캐시미어 양말을 착용하고 있어 노숙인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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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예테보리 출신인 그는 2000년 영국으로 이주해 작가로 활동했다. 또 그는 식물학을 공부했으나, 몇 년 전 직장과 하우스보트를 잃고 노숙인이 됐다.
에식스의 보트에서 생활하다가 런던으로 이사한 그는 지방 의회가 제공한 임시 숙소에서 살았다. 하지만 그는 임시 숙소가 감옥처럼 느껴져 오래 살지 못했다고 한다.
펀스테트는 켄싱턴의 러틀랜드 게이트에 있는 버려진 저택을 발견하고 그곳에 머물기 시작했다.
이 저택은 한때 레바논 전 총리와 사우디 왕자의 거주지였지만, 그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곳은 45개의 방과 116개의 창문이 있는, 마치 궁전과 같은 곳이었다.
2억 1,000만 파운드(한화 약 3,920억 원)에 매수된 이 저택은 현재 아무도 살지 않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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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택은 펀스테트에게 예상치 못한 기회를 제공했다. 펀스테트는 이곳에 머물기 시작한 후 배고픔을 느낀 적이 없으며, 음식을 구걸해야 했던 적도 없다고 밝혔다.
주변의 부유한 주민들과 레스토랑 주인이 그에게 따뜻한 음식과 음료, 현금, 심지어 명품 옷까지 나눠주기 때문이다.
펀스테트의 간이 옷장은 휴고 보스 트랙슈트와 500파운드(한화 약 93만 원) 상당의 아르마니 재킷, 새빌로우 코트, 검은색 가죽 장갑, 캐시미어 스카프 등 명품 아이템으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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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값비싼 헝가리산 깃털 매트리스와 베개를 얹은 침대를 직접 만들었으며, 그가 지내는 저택의 현관에는 수많은 책과 옷, 보석이 놓여있다. 특히 화려한 꽃다발로 장식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펀스테트가 지내는 공간에 있는 물건의 가치는 무려 5,000파운드(한화 약 932만 원) 이상이라고.
그의 물건들은 대부분 근처에 있는 고급 백화점의 쓰레기통에서 주워온 것이며, 지역 주민들이 기부한 물건도 약 30%를 차지한다.
펀스테트는 "고급 매장에서는 상태가 좋은 상품이나 진열장에 있던 꽃을 버리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고 관대하다. 나는 평화를 찾기 위해 이곳에 왔다. 부유해서 온 게 아니다. 그저 안전함을 느끼고 사람들을 존중하고 싶을 뿐이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라고 밝혔다.
주민들 "그는 괴짜지만 매력적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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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주로 웨스트민스터의 노숙자 자선단체에서 식사를 지원받지만, 종종 지역 레스토랑에서도 도움을 받는다.
펀스테트는 "오늘도 계단에 따뜻한 음식이 놓여있었다. 근처 중동 레스토랑에서 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과 주변 술집 종업원들은 펀스테트의 독특한 매력과 멋진 스타일에 매료됐다고 밝혔다.
12년 동안 이 지역에 거주한 한 여성은 "펀스테트 씨는 아이들이 지나갈 때마다 항상 자상하게 놀아준다"며 "그는 확실히 괴짜지만 무해하다. 마치 스웨덴의 산타클로스가 동네로 이사를 온 것 같다. 그는 사랑스럽고 아이들에게 다정하다. 정말 귀여운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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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버려진 저택을 가리키며 "이곳은 텅 비어있고 영혼이 없는데, 펀스테트는 이곳을 다시 살아나게 했다. 나는 지나갈 때마다 그가 아직 거기에 있는지 확인하곤 한다. 누군가 시의회에 불평을 하고 그곳을 치우게 될까 봐 너무 걱정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20년 넘게 이곳에 산 또 다른 주민은 "일부 주민들이 처음에는 펀스테트가 노숙을 하는 것에 대해 불평했지만, 결국 그를 좋아하는 다른 주민들의 설득에 민원을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노숙인 펀스테트의 놀라운 이야기가 화제가 되면서 현재 그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일상을 공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