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08일(화)

"삼남매 저금통 받아주세요"... 크리스마스 하루 전, 지구대 다녀간 산타 가족

크리스마스이브, 부산 덕천지구대 앞에 놓인 의문의 상자


인사이트덕천지구대


수급자 가정의 가장이 막내아들의 생일을 맞아 폐지를 팔아 마련한 돈과 각종 물품을 몰래 전달하고 떠났다.


24일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는 이날 오후 12시 5분께 지구대 앞에 놓인 한 상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정학섭 덕천지구대 경감에 의해 발견된 상자 안에는 1000원 권 30장, 아동용 패딩, 김치, 저금통, 편지 등의 물품이 한가득 들어있었고 "어려운 아이 가정에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인사이트덕천지구대


편지에서 자신을 세 아이의 아빠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저희는 수급자 가정이고 폐지를 팔아 돈을 마련했다"며 "막내의 생일을 맞아 아들에게 뜻깊은 하루를 만들어 주고 싶어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노력한 만큼 결실이 나오지 않아 많이 기부를 못 했다. 약소하지만 받아달라"고 덧붙였다.


함께 들어있던 물품들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그는 "김장 김치 맛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맛있게 드시라"며 "패딩은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돼지 저금통은 삼남매가 받은 용돈을 모아서 기부하는 것"이라며 "이쁜 삼남매의 저금통을 받아달라"고 강조했다.


익명의 기부자, 유사한 방식으로 8차례 걸쳐 기부했었다


인사이트덕천지구대


편지를 읽고 곧바로 지구대 외부 CCTV 화면을 살펴본 정 경감은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지구대 앞에 상자를 놓고 곧바로 자리를 떠나는 한 남성의 모습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이들 가족이 어린이날인 지난 5월 5일을 포함 총 8차례에 걸쳐 이번 기부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웃들에게 온정을 나눴다는 사실이다.


정 경감은 "편지에 나와 있듯이 형편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럼에도 익명의 기부를 한 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며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에 기부 문화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가족이 전달한 기부 물품은 이날 오후 덕천2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