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3일(일)

대통령 부부가 보낸 '설 선물' 받고 반발한 불교계...십자가·성당 그림 그려져

인사이트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이 불교계에 보낸 대통령 설 선물 포장에 교회와 성당 그림을 넣은 것도 모자라 한 한센인의 기도문이 담겨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난 1일 조계종에 따르면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설 명절 선물이 도착했다.


선물에는 아카시아꿀, 유자청, 잣, 표고채 등이 포함됐다. 불교계를 위한 선물에는 차례용 전통주인 백일주와 소고기 육포는 제외됐다.


문제는 선물 포장 상자에 십자가, 성당, 묵주를 든 연인 등 가톨릭을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인사이트JTBC '뉴스룸'


심지어 선물과 함께 동봉된 카드에는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멘' 등의 기도문이 담겼다.


해당 선물은 조계종 총무원장과 원로의원, 중앙종회 의원 등 전국에 발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선물을 받은 불교계에서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고 종교 편향 논란으로 번졌다.


커지는 반발에 대통령실은 빠르게 수습에 나섰다. 이관섭 비서실장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은 같은 날 오후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등을 만났다.


인사이트대통령실 제공


이들은 이 자리에서 "큰 스님들께 보내는 선물에 다른 종교의 표식이 들어가서 저희가 큰 결례를 범했다"며 "아직 도착하지 못한 선물들은 다시 회수해 포장을 적절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받으신 분들께도 저희가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다시 조치 하도록 하겠다"며 "많이 부족하고 생각이 짧았다. 결례를 용서해달라"고 사과했다.


진우스님은 "이렇게 빨리 오셔서 해명해 주셔서 다행"이라며 "도착하지 않은 것까지 회수해 수습해 준다고 하니 충분히 성의가 느껴진다"고 답했다.


특정 종교 편향 논란에 대해 황 수석은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편향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그러면서 "이번 선물에 성당·교회 등의 그림이 들어간 건 한센인 전시회 도록이었다"며 "소록도만큼 우리나라에서 가장 어렵고 질병에 고통받고 또 소외되고 그런 이웃들이 없다. 설 명절을 계기로 해서 좀 우리 사회의 따뜻한 그리고 또 관심도 좀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앞서 불교계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장관, 차관, 대통령실 수석 비서관 등 고위직에 불자 출신이 거의 없는 것을 두고 '불교 홀대'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20년에는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육포가 포함된 설 선물을 불교계에 보내 논란이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