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스미스 / Alabama Department of Corrections
미국이 세계 최초로 질소 가스를 이용한 사형 집행을 앞두면서 국제기구와 인권단체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대법원은 예정대로 집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4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The New York Post)의 보도에 따르면 25일 앨라배마주 사법당국은 사형수 케네스 유진 스미스(Kenneth Eugene Smiths, 58)에게 질소 가스 사형을 집행할 예정이다.
질소 가스 사형은 사형수에게 안면 마스크를 씌운 뒤 질소 가스를 주입해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하는 방식이다.
이는 앨라배마, 미시시피, 오클라호마 등 3개 주에서만 집행이 허용된 새로운 사형 방법이며, 실제 집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극물 사형이 이뤄지는 사형 침대 / Equal Justice Initiative
사형수 스미스는 지난 1988년 목사의 아내를 청부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와 공범은 각각 1,000달러(한화 약 133만 6,200원)를 받고 빚이 많아 생명보험금을 받으려는 목사 남편을 대신해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 세넷(Elizabeth Sennett, 45)을 살해했다.
사실 앨라배마 교정국은 2022년 11월 독극물 주사로 사형을 집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독극물을 주사할 정맥을 찾지 못해 취소한 후 질소 가시 방식으로 바꿔 다시 사형을 집행하게 됐다.
스미스는 최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 경험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정신적 장애가 남았다고 주장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Oklahoma Watch
사형 집행이 실패한 후, 집행에 사용되는 약물이 희귀해지면서 앨라배마주는 질소 사형을 승인했다.
주정부는 스미스가 몇 초 안에 의식을 잃고 몇 분 안에 사망할 것이기 때문에 고통 없는 인도주의적 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제기구와 인권단체들은 실제로 고통이 없을지는 모른다며 '비인적인 생체실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바티칸 산하 가톨릭 자선단체인 산테지디오(Sant'Egidio)는 23일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질소 사형 집행 중단을 촉구하며, 만약 중단하지 않는다면 유럽 기업과 관광객에게 '앨라배마 보이콧'을 호소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유엔고등인권판무관실(UNHCHR)은 "우리는 질소 가스 주입으로 인한 저산소증이 고통스럽고 수치스러운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라면서 "이는 국제 인권법상 고문이나 다른 잔인하고 비인간적이거나 모멸적인 대우 및 형벌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질소 사형 집행에 반대하는 사람들 / GettyimagesKorea
스미스 측은 미국 연방 대법원에 '비정상적이고 잔인한 형벌'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8조 등을 위반한 것이기에 형 집행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대법원은 24일 요청을 기각했다.
이날 스미스 측은 또 제11 연방순회항소법원에 25일로 예정된 사형 집행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항소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에 스미스의 사형 집행은 예정대로 25일 0시부터 26일 오전 6시 사이에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