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약을 복용한 환자가 이상 증세를 호소하자 명현 현상이라며 묵살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유명 한의사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 16일 '머니투데이'는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박민 판사가 지난 11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60대 한의사 A원장에 대해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2018년 2월 1일 야간 빈뇨를 호소한 50대 남성 환자에 대해 초음파검사를 실시, 전립선비대증을 확인한 뒤 신통환·공진단·탕약 등을 처방했다.
환자는 한약을 복용한 다음 날 설사·오심·구토, 같은 달 5~6일 오한·발열·시력저하·환각을 겪어 한의원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이상 여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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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A원장은 "신통환을 먹으면 독소가 빠져나오느라 힘든 경우가 간혹 있다"며 한약 복용을 계속하라고 안내했다.
신통환은 전립선질환 치료제, 공진단은 원기 보충이 필요할 때 복용하는 약이다.
한의원 간호실장은 환자 전화 문의가 계속 이어지자 '한약·혈압약·당뇨약은 함께 복용해도 무방하다', '너무 힘들면 탕약 복용을 잠시 중단해도 된다'는 취지로 답변하며 A원장에게 전화를 연결시켜주지 않았다. 다른 환자가 진료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환자는 같은 날 저녁 5시 30분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 혈액투석·혈장교환술 등 치료를 받았지만 이튿날 밤 9시께 사망했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한약재의 신독성이 급성 콩팥 손상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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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원장은 한약을 처방하기 전 문진을 통해 환자가 고혈압·당뇨를 앓았고 2015년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은 사실, 7달 전 전립성비대증 치료약 복용을 중단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에서 A원장은 한약 처방·복약지도 과정에서 지도·설명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행위의 주의의무는 환자가 예견되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도록 요양·건강관리를 설명하는 데까지도 미친다"며 "A원장이 환자의 증상을 만연히 정상 반응으로 치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가 사망하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고, A원장이 유족으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유족이 제기한 민사소송 결과에 따라 A원장이 1억 1,500만여 원을 배상한 점, 동종 범행이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했다"며 금고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A원장은 지난 15일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