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4일(월)

초등학생 책가방에 녹음기 몰래 넣어 아동학대 증거수집한 부모...대법 "증거 사용 불가"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부모가 아동학대를 의심해 아이의 책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발언을 녹음했다면 형사재판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1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자신이 담임을 맡은 초등학교 3학년  B군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고 말하는 등 16차례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B군의 학부모가 아동학대를 의심해 B군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수업 내용을 녹음했고 이를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다.

A씨는 30명 정도의 학생들 앞에서 B군에게 "니네 둘은 정말 구제불능", "바보짓 하는 걸 자랑으로 안다" 등의 말 을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1·2심 법원은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교사의 수업 내용은 공개된 대화에 해당하며 증거 수집의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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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뒤집혔다. 대법원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며 "이 녹음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대화 내용이 공적인 성격을 갖는지, 발언자가 공적 인물인지 등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 여부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원칙에 관해 예외가 인정된 바 없다"며 "교실 내 발언을 학생의 부모가 녹음한 경우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로 유사한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아들에 대한 특수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부모가 몰래 녹음한 수업 내용이 증거로 제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