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4일(월)

술 취한 등산객 구하러 눈 쌓인 도봉산 450m 올랐는데...구조되자마자 "내 배낭 내놔" (영상)

인사이트MBN '김명준의 뉴스파이터'


눈이 펄펄 쏟아진 다음날 술에 취한 상태로 산에 오른 등산객 때문에 구조 대원들은 눈이 쌓인 산을 올라야 했다.


그런데 등산객은 구조 대원들에게 황당한 말을 쏟아내 공분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일 MBN '김명준의 뉴스파이터'에는 2023년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도봉산에서 등산객들을 구조한 구조 대원들이 겪은 황당한 일화를 전했다.


인사이트MBN '김명준의 뉴스파이터'


매체에 따르면 이날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산 마당바위 부근에서 119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지나가던 등산객이 "여기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이 산에 있다"라며 구조 요청을 해온 것이었다.


당시 산은 전날 내린 폭설로 인해 많은 눈이 쌓인 상태였다.


더구나 신고 부근 마당바위는 고지대라 눈이 녹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낮에 일부 녹은 길은 다시 얼어 빙판길로 변해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어두운 밤, 눈이 쌓여 위험한 산에서 술을 마신 채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을 보고 지나가던 등산객이 걱정이 돼 신고를 한 것이었다.


인사이트MBN '김명준의 뉴스파이터'


이에 119 특수구조단 도봉산 산악구조대와 국립공원 구조대가 출동했다.


구조대는 450m까지 산을 등반해야 했고, 현장에서 남녀 등산객 2명을 발견했다.


구조 대원이 "혹시 다치신 분 맞으실까요?"라고 묻자 그는 "한잔하는 바람에..."라며 술을 마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술을 마시면 산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구조 대원에게 "여보세요. 산에 와서 한잔할 수도 있지"라며 오히려 호통을 쳤다.


"안전사고 나니까 안된다"라는 단호한 구조 대원의 말에도 등산객들은 "참견하지 말아라. 내려가라"라며 황당한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내 배낭은 어디 있냐"라며 따져 묻기도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당초 해당 등산객 2명을 포함한 10명이 산을 올랐으나 이들은 뒤처진 상황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 출동했던 도봉산 산악구조대 박평열 소방장은 뉴스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 5분~10분 정도 실랑이를 벌였다. '내려가야 된다' 그러니까 자기는 '왜 내려갈 수 있는데 왜 자꾸 그러냐'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러면 알아서 내려가시라' 이렇게 강하게 오히려 반대로 나왔더니 그분이 또 앞에서 바로 넘어지시는 거다. 술에 취했으니까 정신이 없는 거다.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자기 가방을 찾더라"라고 덧붙였다.


그가 "일행분이 가지고 내려갔다"라고 설명을 해도 등산객은 약 40분간 산을 내려가는 내내 "내 배낭 어디 있느냐"라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결국 구조 대원들은 등산객의 배낭도 직접 확인해 줬다.


구조대는 함께 내려온 뒤에도 등산객이 정신을 차리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산악구조 차에 태워 정류장까지 이동했고, 다행히 그곳에 일행들이 있어 "너무 취해 계시니 절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태우지 말고 무조건 택시로 집에 모셔다드려야 한다"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인사이트혹한기 훈련하는 구조대원들 / 뉴스1


구조대 측은 술에 취해 다치거나 조난을 당해 신고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밝혔다.


김연주 시사평론가는 "보통 2인 1조로 (산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맨몸으로 올라가도 힘든 곳을 저렇게 두 분이서 내려온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지 상상이 가지 않나"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때로는 부상당한 경우 (구조대원) 혼자 엎어서 하산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몇몇 경우에는 술이 깬 상황에서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전하기도 하지만, 어떤 분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고, 완전히 귀가한 이후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음주 산행은 본인을 위해서도, 애쓰는 구조대를 위해서도 자제해 주는 것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의료계에 따르면 음주 산행은 실족, 낙상 등 안전사고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알코올이 중추신경계 기능을 떨어뜨려 뇌 기능을 마비시키면서 갑작스러운 사고나 위험에 대처하기 어렵게 만들어 절대 삼가야 한다.


네이버 TV 'MBN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