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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졌던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역 일대를 걷던 남매가 맨홀에 빠져 숨졌다.
남매의 유족은 서초구에 "책임을 지라"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이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허준서 부장판사)는 피해자 남매 A·B씨의 유족이 서초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초구에 책임이 있으니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수구 역류 / 뉴스1
앞써 A씨와 B씨는 지난해 8월 8일 폭우가 쏟아지던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서 차량을 운전하던 중 시동이 꺼지자 대피했다.
이후 비가 잦아들자 다시 이동하기 위해 도로를 건너던 중 뚜껑이 열려 있던 맨홀에 빠지고 말았다. 이들은 구조를 받지 못했고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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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은 사고에 서초구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서초구 측은 "맨홀 뚜껑이 열렸던 것은 '기록적 폭우'라는 천재지변 때문으로 사고를 예측하거나 회피할 수 없었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폭우 당시 강남역 인근 모습 / 온라인 커뮤니티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사고 장소 일대가 지대가 낮은 항아리 지형 등으로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가 됐다는 점을 짚었다. 하수도에서 빗물이 역류해 맨홀 뚜껑이 열릴 가능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원칙적으로 서초구는 맨홀 뚜껑이 항상 닫혀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차량 등의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맨홀 뚜껑이 예상치 못한 폭우로 열렸다 할지라도 뚜껑이 열린 채로 방치된 데에는 서초구의 관리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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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재판부는 "맨홀 설치·관리의 하자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만큼 해당 도로의 관리청인 서초구는 피해자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초구에 "피고는 원고들에게 총 16억4천7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망인들은 사고 당시 폭우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도로에 빗물이 가득 차 있었던 만큼 상태를 주의 깊게 확인하고 건넜어야 했다"며 A씨와 B씨의 과실을 20%로 판단해 배상액을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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