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공식 SNS에 올린 영상 일부 / SNS 갈무리
크리스마스 당일 서울의 한 유치원에서 학예회가 열렸다. 아이는 빨간 장갑을 끼고 활짝 웃으며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이때 공습경보가 울린다. 엄마는 지진과 같은 흔들림을 느끼고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서둘러 구석으로 몸을 피한다.
잠시 후 머리에 피를 흘린 채 깨어난 엄마는 복면을 쓴 무장 괴한에 납치된다. 오토바이에 끌어올려진 엄마는 아이를 찾지만, 바닥엔 아이의 장갑만 덩그러니 떨어져 있다.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공식 SNS에 올린 영상 일부 / SNS 갈무리
'서울 2023, 크리스마스 아침'이라는 자막으로 시작된 이 영상은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 공격을 한국 배경으로 재현한 가상 영상이다.
지난 26일 주이스라엘대사관은 이 영상을 '당신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상상해 보세요'라는 제목으로 공식 X(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가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삭제 조치했다.
영상에는 지난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 국민의 피해 상황이 나온다. 영상 뒷부분에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인들을 공격하고 납치하는 실제 현장 모습도 담겼다.
SNS 갈무리
대사관 측은 "성탄절에 일어난 테러 공격을 담은 이 영상은 이스라엘인의 심정을 한국 국민에게 더 잘 전달하려는 의도로 제작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상대로 한 전면전을 정당화하고자 한반도 안보 우려까지 끌어들인 것은 '선 넘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대사관은 지난 27일 모든 SNS에서 영상을 내렸다.
이에 외교부 관계자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살상과 납치는 정당화될 수 없으나 주한이스라엘대사관이 이를 타국 안보 상황에 빗대어 영상을 제작·배포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 "우리 입장을 주한이스라엘대사관에 전달했으며 이스라엘 측은 해당 동영상을 삭제 조치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