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소방서
새벽 시간대 큰불이 난 아파트에서 돌도 안 된 어린 딸을 구하기 위해 뛰어내렸다가 목숨을 잃은 30대 아빠의 빈소에 유족과 지인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병원에 전날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로 사망한 박 모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유가족과 지인 수십 명이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자리를 지켰다.
자신을 박씨의 큰아버지라고 밝힌 유족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어제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가장 예뻐하던 조카였는데..."라며 말끝을 흐리더니 끝내 눈물을 보였다.
박씨의 빈소 앞 / 뉴스1
빈소 앞에 높은 근조화환 중에는 유족의 이름으로 "사랑하는 ○○! 짧은 생 멋있게 살다 간다"라고 적힌 조화도 있었다.
박씨와 같은 교회를 다녀 8년 동안 알고 지냈다는 A씨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평소 모범이 되는 신앙인이었는데 믿을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마찬가지로 같은 교회 신도였던 B씨는 "고등학생 때 처음 교회에서 봤는데 동생들을 뒤에서 묵묵하게 챙겨줬던 분"이라며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살갑게 지내지는 못했지만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고인은 서울의 모 대학 약학과 출신으로 지난해부터 약사로 일하고 있었다. 대학 시절에 학과 대표나 학생회장을 도맡으며 활달히 학교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씨의 대학 동문이라고 밝힌 C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리더십 있고 자상하던 선배라서 평소 후배들이 무척 아끼고 따랐다"고 전했다.
박씨의 대학 선배 D씨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운동도 잘하고 엊그제에도 전화한 사이인데 믿기지 않는다"며 "뉴스를 보고 집 근처인 것 같아 연락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아 경찰서에서 확인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뉴스1
고인의 가족은 불과 6개월 전 이 아파트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전했다.
고인을 아는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둘째가 생겨 집을 좀 넓혀야겠다며 올해 6월 같은 아파트 24평에서 38평으로 이사한 것"이라며 "박씨와 3년을 알았는데 성실하고, 요즘 젊은 사람들 같지 않게 꼼꼼했다"고 했다.
한편 이번 화재로 박씨를 비롯해 2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전날 오전 소방 등과 화재 현장 감식을 진행한 후 실화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화재가 시작된 301호에서는 다수의 담배꽁초와 라이터가 발견됐다. 경찰은 조만간 관련자들을 불러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